[홍성표]경청(傾聽)으로 마음을 얻고 신뢰를 쌓아라

  • 오피니언
  • 사외칼럼

[홍성표]경청(傾聽)으로 마음을 얻고 신뢰를 쌓아라

[목요세평]홍성표 대덕대 총장

  • 승인 2013-08-28 14:20
  • 신문게재 2013-08-29 20면
  • 홍성표 대덕대 총장홍성표 대덕대 총장
▲ 홍성표 대덕대 총장
▲ 홍성표 대덕대 총장
20년 전 국제적인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도시 발전을 획기적으로 앞당겼다는 기념행사를 당시의 주역들과 함께하면서 재창조사업이라는 오늘의 명제를 짐작이나 한 사람이 있었을까 하는 다소 생뚱맞은 생각을 떠올린 일이 있다. 세월이 흐른 뒤라 더욱 감회가 새로웠을 것이다. 대형 국책사업을 할 때는 행사를 위한 시설 확보도 중요하지만 먼 훗날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에 대한 앞을 내다보는 다각도의 검토가필수적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장 활용도만 보아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로 고민이 적었다는 반증이다. 세계인들의 찬사 속에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을 무난하게 치른 캐나다도 아직 빚 때문에 매년 고통을 겪고 있다. 결국 후대에 빚 물림을 한 셈이다.

수십억씩 적자운영의 애물단지를 마케팅공사 설립으로 돌파구를 찾고자 재창조사업을 구상하면서 11년 4월부터 꿈돌이 랜드와 매각협상을 벌여 12년 5월 118억 원에 매입을 했다. 그러자 지역 언론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각종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급기야 소통부재로 대전시와 마케팅공사를 이달 12일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다. “오죽했으면 그랬었겠어요?”에 대하여 “검찰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주면 좋겠다. 문제가 있다면 책임지겠다. 하지만 문제가 없다면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다소 답답함과 억울함이 배어있는 당당한 행정행위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이야기다.

어찌하다 이 지경 까지 왔는지 매우 짜증스럽고 화가 난다. 피곤하기까지 하다. '탈무드'에 '만장일치는 무효다'라는 말이 있다. 나와 생각을 달리하는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 것이 리더의 능력이다. 특히 투명한 절차 속에서 상호존중의 토대가 마련되어야하고 그 위에서 진정한 대화와 타협, 주장과 승복의 상호 보장을 전제로 이해관계를 원만하게 풀어가는 것이 기술이라면 기술이다.

“수차 확실한 근거에 의한 의혹을 제기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요구해도 '마이동풍(馬耳東風)'이요 '우이독경(牛耳讀經)'이니 무척 답답합니다.” “무시 당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검찰에 수사의뢰한 것이 민망하기는 우리도 매 한가지 입니다.” “더 잘해보자는 것인데 왜 인정하려 들지도, 들어주지도 않고 송충이 대하듯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해가는 바가 없지 아니하나 먼저 시의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방안을 찾도록 더욱 끈질긴 노력을 했으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시의회가 보다 역동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깨우쳐주는 일도 수사의뢰 이상으로 중요하다. 구조적인 한계가 있었다면 보다 많은 사람의 지혜를 모아 적극적인 대안을 강구하는 모습이 적게 보인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 꿈돌이 랜드를 매입한 것은 배임이고, 알 박기 아니냐고 따진 시의원이 있다. 그리고 지난 6월 14일에는 “그동안 제기했던 의혹들이 사실로 들어났으니 철저하게 규명해야 하고 감사원 감사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이후 일은 잘 모른다. “문제가 있다면 책임지겠다”는 언급에 이어 의회차원의 문제제기가 없었으니 그동안 숱하게 주장했던 의혹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수사의뢰 전에 감사원에 감사요구를 건너뛴 이유도 무엇인지 궁금하다. 즉시 '멍군' 했으니 말이다.

흔히 다툼을 할 때는 상대방의 주장을 먼저 듣고 '역지사지'를 바탕으로 정직하게 자문자답해보아야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설득력 있는 설명보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비교우위에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모르는 소리라면서 가르치려 들고, 겸허하게 듣기보다 끝까지 자기주장을 하고, 신뢰하지도 않는데 들어주기를 강요한 일은 없었는지를 제 3자적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기를 권하고 싶다.

문제는 비판하기 전에 주의 깊게 들어 속마음의 이해를 넘어 아픔까지도 받아들여 겸손하게 듣는 여유로움이 있어야한다. 이른바 고 '이병철' 회장이 '이건희' 회장에게 삼성의 경영권을 넘겨주면서 써준 휘호 중 하나가 경청(傾聽)이다. 하고 싶은 말은 참고 남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글도 모르는 까막눈에 들판의 쥐와 빗물로 연명한 '칭기즈칸'은 “적게 말하라!.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는 아무것도 결정하지마라!”라는 말을 남겼고, '케네디'도 “진정한 경청가는 위대한 웅변가 못지않다”고 했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란 말이 있다. 의사소통의 단계를 넘어 마음을 얻어 신뢰를 쌓아가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