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규]'착한 R&D'를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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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규]'착한 R&D'를 응원하며

[사이언스 칼럼]최상규 기계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

  • 승인 2013-08-28 14:19
  • 신문게재 2013-08-29 21면
  • 최상규 기계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최상규 기계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
▲ 최상규 기계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
▲ 최상규 기계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
동화 속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는 항상 거북이가 승리했다. 어느 저자는 이 경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인생이란 늘 이를 악물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보다는, 좀 늦더라도 착한 마음으로 차분하게 걷는 사람에게 지름길을 열어주는지도 모른다”고.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중)

아주 오랫동안 과학기술은 토끼처럼 뛰어다녔고, 일등을 거머쥔 최첨단 기술만이 박수와 찬사를 받았다. 기술 혁신은 당연히 국가 경쟁력 향상을 제 1의 미션으로 부여 받았다. 첨단 기술의 확보를 위한 엄청난 물적, 인적 자원의 투자와 그 결실물은 거꾸로 지구와 인류를 아프게 했고, 2000년대 들어 사람들은 그 부작용에 대해 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산화탄소 저감, 슬로 푸드, 느리게 사는 법 등이 화두가 되면서 어떤 면에서는 과학기술이 느리게 발전해야 인류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 없었던 주장들이 주목 받게 되었다. 토끼를 닮은 과학기술로 야기된 사회문제를 거북이를 닮은 과학기술로 치유하자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게 된 것이다.

나눔과 공유를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로 균형추가 기울면서 '적정기술', 'QoLT(Quality of Life Technology)', '국민행복기술' 등 이른바 '착한 기술'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물론 과학기술은 이성과 논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착하거나 나쁘다는 선악의 잣대로 나눌 수 없는 영역에 있다. 앞서거나 뒤처지거나 둘 중의 하나였던 과학기술이 '착한 기업', '착한 상점'처럼 사회문제 해결의 역할을 부여받으며 '착한'이란 훈장을 달게 된 것이다. 덕분에 '착한 R&D'가 오랜 비주류에서 주류로 껑충 뛰어올랐다. 착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이웃과의 공존을 위한 착한 기술을 외면하면 1등 기술 경쟁에서도 뒤처지게 된다. 과학기술의 최종결과물로 1등 기술을 규정짓는 지식생산 시대는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성장과 복지가 균형을 이루는 창조경제의 패러다임에서는 국민이 스스로 과학기술을 창조하고, 그 성과가 고스란히 국민의 손에 쥐어지게 해야 한다.

한국기계연구원이 글로벌 기술경쟁 시대를 선도하는 최첨단 기계기술 개발과 아울러 최근 '착한 기술'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취약계층과 개발도상국에 필요한 과학기술의 연구개발과 사회적 기업 설립 지원을 위해 국제구호개발 NGO인 굿네이버스 및 KAIST 등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 웨이브를 이용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나 공동주택 층간소음 저감 기술,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에 필요한 기계 ICT 융합 운동관리 플랫폼 등 사람이 중심이 되고, 기술개발의 혜택이 국민 대다수에게 돌아가는 국민행복기술 R&D를 올해 자체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진정한 착한 R&D는 수요처 내에서 선순환 되어 일자리를 창출하고 새로운 경제를 잉태하는 등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개발 중인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술은 1차적으로는 주부들의 편리를 향상시키는 '착한 기술'이지만, 지역사회의 쓰레기 처리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열병합 발전이나 지역난방용 연료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술'로 이어진다.

착한 R&D를 통한 따뜻하고, 올바르며, 행복한 과학기술은 환경, 안전, 복지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 위에서 끊임없이 진보할 것이다. 더 나아가 착한 R&D가 좋은 R&D로 이어지는 새로운 혁신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 기술을 일궈내기까지 연구 개발의 전 과정과 인간의 소통 과정을 함께 나눔으로서 기술과 인간, 사회의 관계는 더욱 진화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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