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고 있다. 한낮엔 아직도 열대야 때문에 고생이지만 아침저녁의 바람 냄새는 제법 싸늘한 가을이 묻어난다. 기상학적으로는 보통 9~11월을 가을이라고 하지만 24절기상으로는 입추(8월 8일께)부터 입동(11월 8일께) 사이를 일컫는다. 벌써 입추가 지난지 20일이 지났다.
농부에게도 가을은 설렌다. 여름날 뙤약볕에서 땀으로 키운 작물은 풍성한 수확을 보상한다. 울긋불긋 물든 가을산은 등산객들에 가장 매혹적이고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전어는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유혹한다.
하지만 서민들은 다가오는 가을이 두렵다. 전세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물량이 귀해지자 그만큼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셋값은 52주째 오른 반면 매매가는 7주 연속 하락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19일 기준)은 전주보다 0.19% 상승하며 52주 연속 올랐다. 무려 1년 연속 오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세가격은 매매가의 70% 이하가 안정적이다. 만약 해당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갔을 경우 실제 금액보다 낮은 70% 대부터 경매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수도권에선 전셋값이 집값을 추월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매매가보다 비싸게 전세로 살고 있는 것이다.
야당에서 전세난 해법으로 전월세상한제를 주장하고 있는데 재계약 시 인상률을 5%로 제한하고 임차인에게 1회 계약갱신요구권을 허용해 최장 4년까지 거주를 보장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상한제에 대한 부작용의 우려도 있다.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는데 전셋값상한제를 둔다면 집주인이 전세를 고집할 이유가 없고, 세입자는 더 치열해진 전셋집 찾기 경쟁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다. 계약보장기간이 1년이었던 임대차보호법은 지난 1989년 12월 현행과 같은 2년으로 연장됐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임대차보호법 개정이 논의된 1989년 전국 평균 전셋값은 22.3%나 폭등했다.
정부는 내일 '8·28 전·월세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세 수요를 구매로 전환시키고 전세 물량 확대, 월세 세입자의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책만은 단기적 효과만을 노린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은 듣지 않길 기대해 본다.
김숙자·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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