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대전에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쳤다. 수백년 앞 대전의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대변혁이 예고된 사안이었다.
20여년간 방치돼왔던 엑스포과학공원의 변화, 정부의 꺾인 의지로 지지부진 진행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새정부의 성장동력 발전모토인 '창조경제'까지 한꺼번에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주사위'가 던져졌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직접 대전을 찾아 대덕특구를 창조경제 핵심모델로 육성하겠다며 추진전략을 발표하는 등 과학벨트의 IBS를 엑스포과학공원에 입주시키기로 한 협약에 따른 후속 조치를 확실히 했다.
대전으로서는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과 제안은 호기가 아닐 수 없다. 과거 과학의 도시라는 명성이 더 나아가 창조경제의 도시로, 세계적인 과학의 도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기회를 활용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원안사수'와 '변경안 찬성'사이에서 갈등의 목소리가 있었다. 아직도 불식되지 않았지만 공조의 목소리를 내야하는 지역에서 정치권내 갈등은 지역 현안사업의 악재가 될 우려도 있다. 대전에 불어닥친 창조경제의 바람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변화가 어떠한 밑그림으로 진행될까? <편집자 주>
▲ 스위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내부에 설치된 가속기 모습. |
2011년 과학벨트 기본계획이 확정되면서 대전이 거점지구로 선정됐다. 전국의 자치단체 가운데 공모를 통해 거점지구를 선정했고 정부는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를 대전의 신동·둔곡지구에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연구시설 뿐 아니라 이를 위한 정주시설과 기반시설 등을 설치해 해외의 우수 브레인이 결집할 수 있도록 하고, 기초과학의 산실로 육성하겠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기본계획 확정이후 2년간의 진행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거점지구 확정이후 연구단을 구성·운영하고 있고, 중이온가속기는 상세설계가 완료되는 단계까지 왔지만 IBS와 중이온가속기 건립은 가장 큰 걸림돌인 부지매입비가 해결되지 않아 사업이 지연됐다.
정부는 당초 기본계획상 세워야 하는 예산의 43%만 지원하는가 하면, 7200억원에 이르는 부지매입비에 대해 대전시가 절반을 부담하라며 예산 자체를 세우지 않았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부지매입비 문제를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줄달리기를 이어갔다. 대전시는 국책의 백년대계를 위한 사업인만큼 정부가 전액 부지매입비를 부담해야하고, 열악한 지자체 재정으로는 부담할 능력이 못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정부는 대전지역에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인만큼 자치단체 차원에서 부지매입비를 절반부담 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가 이같은 입장을 고수하면서 올해 예산에 부지매입비 7000억원 가운데 계약금인 700억원을 단 한푼도 반영하지 않았고, 자칫 무산 위기에 놓였다.
새정부는 과학벨트를 지역공약과 국정과제로 확정하고 차질없는 지원을 약속했지만 실무진의 입장은 변한것이 전혀 없었다. 올해 추경에서 300억원이 반영됐지만, 전체 부지매입비 확보 방안은 결론난 것이 없었던 만큼 대선공약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서는 부지매입비 확보 방안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이 필요했다.
▲과학벨트 기본계획 어떻게 변화되나=정부는 대전시에 과학벨트 부지매입비에 대한 현금부담이 지자체의 재정여건상 어렵다는 의견을 고려해 시 소유지(엑스포과학공원)로 대체부지를 제공하고 엑스포과학공원을 창조경제 전진기지로 재창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대전시는 미래부의 이같은 제안에 조건부 수용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4가지 조건부는 △신동·둔곡지구 전체면적 유지 △기초과학연구시설 부지매입비 전액국고부담 △사이언스센터 등 창조경제 핵심시설 조성 △대덕특구의 창조경제 전진기지 조성방안 최대한 반영 등이다.
정부 역시 이같은 조건을 받아들이면서 대전시는 과학벨트 기본계획중 거점지구가 오히려 확대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 CERN의 상징건물 더글로브(The_Globe) 모습. |
이번 계획변경으로 총 26만㎡의 면적이 늘어나게 됐다.
▲엑스포과학공원 IBS입주 기대효과는=엑스포과학공원내 IBS 입주예정지는 첨단과학 기술관련 교육, 연구기관 집적지인 대덕연구개발특구 제1지구에 위치해 연구, 산업기반이 이미 집적된 상태였다. 예정지 인근 반경 4㎞이내에는 공원과 학교(초 17, 중11, 고6, 대3), 대전외국인학교, 호텔, 대형마트, 도서관, 종합병원 등 다양한 교육, 문화, 편의시설이 입지해 있어 정주환경 조성이 이미 완료된 상태다.
대전도심의 정주여건이 우수한 엑스포과학공원에 IBS가 입주할 경우 도심형 사이언스파크의 중심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카이스트와 정부출연연, 기업 등과 연계될 경우 대덕특구의 중심축으로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도심형 사이언스파크는 인재유치와 고용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어 글로벌 도시들이 도심발전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크릭 연구소와 미국 코넬 공대의 뉴욕시 캠퍼스, 미국 존스홉킨스 사이언스파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IBS설립의 시급성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조성된 엑스포공원에 설치할 경우 토지수용 등이 필요 없이 2년내 완공해 본격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기존 둔곡지구의 경우 부지조성에서 완공까지 최소 4년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대전시는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를 위해 12차례나 용역을 수행했다. 그렇지만 번번이 사장됐고, 20여년째 방치되며 세계 엑스포 국가의 활용방안 실패사례로 손꼽혀 오기도 했다. 이번 IBS입주는 사실상 방치된 엑스포과학공원이 재정투자로 새롭게 재창조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게됐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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