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료화를 앞둔 뿌리공원 전경. |
대전 뿌리공원을 찾은 가족들이 공원 입장에 앞서 연출할만한 풍경을 가정해봤다. 뿌리공원은 다음달 1일부터 성인 2000원, 중·고생 1500원, 어린이 1000원씩 입장료를 내는 유료공원으로 전환된다.
1997년 11월 축구장 8개 크기(5만8100㎡)로 중구 안영동 유등천 상류 개발제한구역에 문을 연 이후 16년 만에 상징적인 변화를 앞둔 셈이다.
개장 당시 70여개의 성씨 조형물이 있던 뿌리공원은 2002년 지금의 11만㎡ 규모로 확대됐고, 2008년 3월 조형물 64개가 추가했다. 모든 성씨가 한곳에 모였다는 의미의 만성교(萬姓橋)를 건너 마주하는 뿌리공원은 작은 호수의 유등천과 어울려 빼어난 경관을 선보인다.
김씨·박씨·조씨 등 성씨 조형물 136기가 설치돼 나의 조상과 뿌리를 찾는 재미와 한국족보박물관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교훈이 있어 연간 100만 명이 찾는 명실상부한 대전을 대표하는 공원으로 성장했다.
중구가 뿌리공원에 입장료를 받겠다는 것도 100만 명이라는 관람객과 관계있다. 중구는 뿌리공원을 만들려고 1996년부터 최근까지 투입한 금액이 14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공원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치우고 시설을 유지관리하며, 꽃을 심고 가꾸는데 연간 8억~9억원씩 구예산이 들어가고 있다.
중구 효문화마을관리원 박수병 원장은 “장기적인 발전 가능성을 봤을 때 적정한 사용료를 받는 게 뿌리공원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유료고 나머지는 무료개방인 만큼 대전시민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배경에는 1999년 중구의회 행정사무감사 자료에서 뿌리공원에 적절한 사용료를 받아 재원을 확보하라고 의회가 집행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뿌리공원을 유료화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가치는 얼마나 될까. 먼저 중구는 연간 2억4000만원에서 3억원까지 입장료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자치구의 열악한 재정에 구애받지 않고 뿌리공원을 안정적으로 유지관리할 수 있는 종잣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뿌리공원 전국문중협의회 김동기 회장은 “조형물을 설치한 문중협의회 내부에서도 여러 의견이 지금도 있지만, 미래지향적으로 봤을 때 공원에 입장료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뿌리공원을 찾는 입장객은 절반 아래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료입장으로 전환한 후에는 뿌리공원 연간 입장객은 50만명 이하로 줄어들고 그나마 실제로 요금을 받을 수 있는 관람객은 연간 40만명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구는 자체적으로 연간 40만명 유료관람객을 예상하고 기대 입장료 수익 3억원으로 예상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대전시민들은 뿌리공원을 가족들과 바람을 쐬거나 아이 교육차원에서 찾는다는 점에서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
더욱이 뿌리공원은 개장후 지금까지 요금을 내고 특정한 조형물을 관람하는 관광지나 박물관이 아닌 휴식을 취하는 무료공원으로 여겨졌다.
이날 수원에서 단체관광 온 최현수(47·여)씨는 “뿌리공원에서 30분 쉬었다가 대둔산으로 가는 게 오늘 코스인데 앞으로 입장료를 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중구는 효문화마을과 뿌리공원, 한국족보박물관, 효문화지원센터 등을 아우르는 효문화시설 집화단지를 '효월드'라고 선포했다.
효문화마을은 과거 노인휴양시설에서 내부 리모델링을 통해 객실 24개가 있는 유스호스텔 수준 이상의 가족중심의 숙박·체험시설로 9월 재개장한다.
뿌리공원에도 30개의 캠핑텐트를 이달말까지 조성하고 랜드마크 전망대를 설치하기 위해 보조사업비를 요청한 상태다. 뿌리공원을 중심으로 효월드의 안정적 정착은 지역공원시설중 처음으로 시도하는 유료화를 시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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