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기 대전대 정치언론학과 교수 |
불쾌지수도 높고 매사가 힘들고 귀찮다.
사무실은 아무리 더워도 전력비상을 막고자 여간해서는 냉방기 가동을 하지 않고, 5층 정도의 건물은 승강기를 가동하지 않아 걸어서 오르내리다 보니 실제로 체감하는 더위는 더 높고 업무는 물론, 일상생활조차 불편하다. 한 마디로 덥고 짜증나고 힘들고 불편하다.
이같은 상황을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여름철 전력수급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도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도 더위로 인한 불편이나 불만은 앞으로 계절이 바뀌고 날씨가 선선해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으니 다행이다.
더위에 생기는 불만이나 고통, 불편은 잠시만 참고 견디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요즘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편(便)과 불만(滿)과 불행(幸)과 부당(不當)한 것들이다.
요즘 우리가 바라본 정치나, 시민들의 실생활과 직결된 경제와 민생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안을 곰곰이 따져보면 편리하다거나 만족스러운 것은 많지 않다.
살아가면서 자신의 생활이나 삶에서 행복을 느끼고 만족한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불편하고 더 불행하다고 느끼며 더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 많은 탓이다.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국정원 댓글사건을 보면서 이런 행위를 저지른 것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민생이나 그밖에 더 중요한 국정의 현안을 외면하는 모습은 불편하다.
이 문제를 정치적인 쟁점으로 만들어 여야가 다투는 모습을 보면 참 불편하기도 하고 불만스럽기도 하다.
또한, 전직 대통령들의 비자금에 대해 수사를 하고 추징해 반납하겠다는 언론의 기사와 보도를 보는 국민의 마음은 참 불편하고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전·월세와 소비자 물가를 감당하면서 사는 서민들의 삶은 참 불만이고 불편하고 불행하기까지 하다.
한 마디로 요즘 우리는 '만족'과 '행복', '정당'한 것이 아니라, '불편'(便)과 '불만'(滿)과 '불행'(幸)과 '부당'(不當)한 것들로 대표되는 '불'(不)의 시대를 사는 것 같다. '불'(不)은 '아니다'의 의미라는 것을 누구나가 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요즘은 바로 '아니다'의 시대다.
'아닌 것'에 대해 '무엇이 어떻게 아닌가?'를 우리는 매우 잘 안다. 또 '왜 아닌가?'를 설명하라고 하면 너무나 많은 이유를 말할 수도 있다. 문제는 '아니다'의 의미와 이유를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정치인과 경제인들은 아마 우리보다는 더 분명하게 잘 알 텐데,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것이다.
정치도, 경제도 국민을 기반으로 국민을 위해 해야 함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정치나 경제, 사회적 안전과 안정은 바로 국민이 불편해하지 않으며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바른 사회는 국민이 '불'(不)의 시대를 느끼고 그 속에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바라고 원하는 시대는 불편한 삶이 아니라 편안함 속에서 안전과 안녕이 보장되는 시대다.
국민이 불행이 아니라 행복을 추구하고 행복이 보장되는 시대이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회가 아니라 정당한 대우와 가치가 보장되는 사회를 우리는 원하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불'(不)의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사는 '불'(不)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
정치는 국민을 바로 보고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것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바로 알아서 그대로 해야 한다.
그런데도 일어나는 상황들을 보면 '불'(不)의 시대가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참 유감이다. 하루라도 빨리 '불'(不)의 의미가 사라져야 하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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