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이야기]계륵(鷄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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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이야기]계륵(鷄肋)

(먹자니 먹을 것이 별로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닭갈비)

  • 승인 2013-08-22 14:06
  • 신문게재 2013-08-23 11면
  • 박일규 국전서예초대작가·前 대전둔산초 교장박일규 국전서예초대작가·前 대전둔산초 교장
▲ 박일규 국전서예초대작가·前 대전둔산초 교장
▲ 박일규 국전서예초대작가·前 대전둔산초 교장
삼국시대로 접어들기 1년 전(219)인 후한(後漢) 말의 일이다. 위왕(魏王) 조조(曹操)는 대군을 이끌고 한중(漢中)으로 원정을 떠났다. 익주(益州)를 차지하고 한나라 중원으로 진출하여 한나라의 왕 유비(劉備)를 치기 위해서였다. 유비의 군사는 제갈량(諸葛亮)의 계책에 따라 정면 대결을 피한 채 위나라 군대의 보급로 차단에만 주력했다.

위나라 군대는 멀리 원정을 왔기 때문에 많이 지쳐 있는데다가 보급마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배가 고파 도망치는 군사가 속출하자 더 이상 전쟁을 하는 것은 헛된 일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그날 밤의 당직 사령이 암호가 무엇이냐고 물어 왔다. 그 때 조조는 혼자서 저녁상을 받고 있을 때였다. 미처 암구호를 생각해 두지 않았던 조조는 상위에 올려진 닭찜을 보고 엉겹결에 “오늘 밤 암구호는 계륵(鷄肋)이라고 하여라”하고 명령을 내렸다.

▲ 계륵(鷄肋)
▲ 계륵(鷄肋)
당직 사령이 암호를 받아 밖으로 나와서 기다리고 있던 모든 장수들에게 발표하자 모두들 머리를 갸우뚱거렸다. 처음 들어보는 암구호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직 한 사람인 참모 양수만은 이 말을 듣고 자기 막사로 돌아와 조용히 회군에 대비한 짐을 꾸리기 시작하였다. 양수는 본시 홍농 사람으로 고검에게 천거되어 주부의 벼슬까지 오른 인물이었다. 그는 군문에서 묘수 풀이의 명사로 알려지기도 하였다.

언젠가 조조의 묘수 풀기를 했는데 양수는 즉시 풀었으나 조조는 30걸음을 걸은 후에야 겨우 풀었으니 조조는 그를 대단한 인물로 인정하였던 것이었다. 그런 양수가 계륵이라는 말을 들었으니 그 뜻을 알아차리고 준비를 했던 것이었다.

놀라워하는 참모들에게 그는 가볍게 설명해 주었다. “닭갈비는 먹자니 먹을 게 별로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것이지요. 그런데, 지금 전하께서는 한중 역시 그런 닭갈비 같은 땅으로 생각하고 철군(撤軍)을 결심하신 것이라오.”

과연 조조는 며칠 후 한중으로부터 전군을 철수시키고 말았다.

우리 삶에서 이익도 없이 상대방을 괴롭히거나, 자기 주위의 사람들을 어렵게 만드는 자가 있다. 계륵(鷄肋)같은 업무를 추진하지 말고 항시 일신 또 일신(日新 又 日新)하는 인물로 주변의 신임을 받도록 모두가 노력해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바른 인생관을 가져보자.

박일규 국전서예초대작가·前 대전둔산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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