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한 꼬마에게는 '화가'라는 꿈이 있었다고 한다.
형제 많던 가정에서 태어난 터라 그의 꿈은 조금씩 잊혀졌고, 그 뒤 30여 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이후 시어머니를 모시는 며느리, 자녀를 키우는 주부로 살면서 '차물서정(사물을 빌려 내 정감을 펼친다)'의 뜻을 담고 늦깎이 여성 화가의 길을 걷고 있는 홍옥기(57) 작가가 첫 번째 개인전을 연다.
그의 10여년 넘은 화력을 짚어 볼 수 있는 전시가 KBS 대전방송총국 1층 로비에서 마련된다.
문인화를 전문적으로 익혀온지 10여년 만에 갖는 전시로, 온갖 꽃과 학을 중심으로 화조도를 펼쳐보인다.
그의 '일필휘지(一筆揮之)'로 그려 낸 문인화에는 함축된 사상과 철학이 수묵의 향기로 듬뿍 묻어난다.
색채가 아주 화려하기보다는 부드럽고, 수묵을 바탕으로 문인화다운 필선을 보이면서 맑은 담채풍의 시원스런 느낌을 주는, 특성을 그대로 작품 속에 노출시키고 있다.
▲ 학세개 |
특히 10여 년이 훌쩍 넘게 사사를 받은 백민 박상인 선생의 영향을 받은 작품과 자신이 꾸준히 추구해온 작품들이 어우러져 관람객 등과 작가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전시회는 작가에게 그동안의 작업에 대한 완성된 작품을 드러내 보이기보다는 앞으로 작품세계를 확고히 하고 변화와 발전을 위한 또 다른 시발점이라는 점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
그는 또 다른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살얼음 위를 한발한발 걷는 마음으로 화선지를 응시하고 있단다. 홍옥기 작가는 “불혹의 나이에 취미로 붓을 들어 문인화 매력에 빠져서 10여 년 넘게 작업을 해왔고 꿈으로만 갖고 있던 첫 개인전을 열게 됐다”며 “전시장을 찾는 관객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가는 마음으로 삶에 멋과 여유를 더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는 27일부터 9월 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아마도 다른 어떤 전시나 재미있는 영화 한 편보다 얻는 것이 훨씬 많을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며, 관람자의 눈과 미감을 호사롭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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