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복]증사작반(蒸沙作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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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복]증사작반(蒸沙作飯)

[세설]김용복 대전교원시니어 정책실장·극작가

  • 승인 2013-08-22 14:05
  • 신문게재 2013-08-23 21면
  • 김용복 대전교원시니어 직능클럽 정책실장김용복 대전교원시니어 직능클럽 정책실장
'증사작반'(蒸沙作飯)이란 모래를 삶아서 밥을 짓는다는 뜻으로 불가에서 사용되는 말이다. 옳지 않은 수단과 방법으로 자기에게 유익된 결과를 얻으려 하나 절대 이루어지지 않음을 비유할 때 흔히 쓰인다. 자기가 가야 할 방향이 남쪽인데 북쪽을 향해 열심히 간다고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야 할 방향이 남쪽이라면 남쪽을 향해 꾸준히 가야 한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증사작반을 일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남을 속이거나, 중상모략(中傷謀略)하고, 헐뜯고 고자질하는 이들. 더 나아가 학생들이 먹는 음식재료까지도 속이며, 나랏돈까지 떼어먹는 이른바 모래를 삶아서 밥을 만들려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같이 이웃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들은 어디서 생겨나는가. 자기 마음속에 내재돼 있는 욕심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적당한 욕심은 자신의 발전이나 사회의 번영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자신만을 위한 지나친 과욕은 타오르는 불꽃과 같아 더 많은 땔감이 있어야 한다.

노자는 “천하에 도가 있으면 잘 달리는 말을 버리고 농사를 짓고, 도가 없으면 군마가 전쟁터에서 새끼를 낳는다”고 했다.

노자가 말하는 도의 유무는 어디서 생겨나는가.

바로 욕심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죄는 욕심이 많은 것보다 큰 것이 없고, 화는 족함을 알지 못하는 것보다 큰 것이 없다”고 했다.

계족산 소방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을 이용해 물레방아 여러 개가 쉬지 않고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이 넘쳐 토해 낼 때마다 딸그닥거리는 소리를 내는 데 아마 이곳에 물레방아를 만들어 놓은 사람은 심오한 철학이나 진리를 깨달은 사람임이 분명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맛비에 휩쓸려 떠내려가면 며칠 후에 다시 토해냄의 깨달음을 주는 물레방아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몇 년간은 무심코 지나쳤다.

그런데 과거에 잘 나가던 사람들이 쇠고랑을 차는 모습을 보고야 물레방아의 진리를 터득할 수 있게 됐던 것이다.

가득 차면 스스로 내어놓는 물레방아의 원리. 적당히 차면 균형을 잡아 뒤집히지 않는데 정도가 지나치기 시작하면 조금씩 기울다가 결국에는 토해내고 마는 것이다. 토해낼 때의 고통이 어떨까. 토해내 본 사람이 아니고는 상상도 못한다. 또 토해내 본 사람은 그때의 심정을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괴로움의 정도를 상상만 할 뿐이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차면 스스로 토해내야 한다. 스스로 토해내지 않으니까 법의 잣대를 들여대 물리적으로 토해내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인생의 목적이 무어냐고 물을 때가 있다. 어떤 이는 성공을 하고 출세를 하는 것이 그 목적이라 한다.

또 어떤 이는 돈을 벌고 높은 지위에 올라 영화를 누리는 것이 목적이라 한다. 성공하고, 출세하며, 돈을 벌고 높은 지위에 오르려는 그 마음이 나쁜 것은 아니다. 인간이면 아니, 속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평범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욕심이 없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학하고, 무위도식(無爲徒食)하며, 남을 조소하며 속이고, 또한 거짓을 일삼으면서 사는 것보다는 무엇인가 잘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현명한 방법인가. 무위도식은 비생산적이고 자학과 거짓은 파괴적이다. 때문에 인간사회의 불행은 우리 주위에 그 무위도식과 거짓이 가시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필자는 인간 사회의 더욱 더 큰 불행은 나만의 이욕을 위해 증사작반을 서슴지 않는 무리가 곳곳에 버티고 있다는 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와 내 이웃이 행복하게 살려면 증사작반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가치 있는 삶을 위한 첫걸음은 지나친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내 가정과 이웃에, 그리고 내 직장과 우리 사회에 증사작반을 일삼는 이가 있다면, 그 가정과 이웃이, 그리고 직장과 사회가 얼마나 불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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