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국립대 기성회비 반환 '당혹'

법원 재학생 승소판결… 반환청구땐 13兆 추정 대학측 “정부 재정확충으로 징수문제 풀어야”

충남대 등 지역 국립대들이 최근 국·공립대 재학생들이 납부한 기성회비 전부를 돌려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후,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6단독 심창섭 판사는 강씨 등 한국방송통신대 재학생 10명이 대학과 국가를 상대로 낸 기성회비 반환청구 소송에서 “대학이 각각 63만4000~396만7000원을 반환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심 판사는 “기성회비 납부에 법령상의 근거가 없어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국·공립대의 기성회비 징수에 국가의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1월 서울대 등 8개 국립대 학생 4219명이 각 대학 기성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기성회비를 반환해야 한다고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학생들이 기성회비를 직접 납부할 법령상 의무를 진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 같은 판결이 이어질 경우, 국·공립대학들은 부당이득 반환청구권이 살아있는 최근 10년 치의 기성회비를 모두 돌려줄 경우 13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21일 국공립대 기성회비 판결에 대해 논평을 내고 “불법, 부당 국공립대 기성회비 징수 문제는 정부 재정 확충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기성회비가 아무런 법령 근거 없이 부과되고 있었다는 점이 문제”라며 “잇따른 법원의 판결에서 이러한 불법·부당함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충남대 등 지역국립대는 구조적인 국립대 회계 시스템의 개선없이 무조건 몰아치기식 여론몰이는 안 된다는 분위기다.

지역 국립대 한 보직 교수는 “이런 판결이 이어질 경우, 학교 재정은 파탄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무조건 학교로 전가해서 될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구조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도 함께 고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배문숙 기자 mo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