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발주(번들링)가 되면 지역 중소업체의 참여가 제한돼 기존 지자체의 지역경제 상생협력 모색방향과는 상충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21일 세종교육청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2015년 개교 예정인 세종지역 31개 학교 신축공사가 내년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세종교육청은 31개의 학교에 대한 발주를 놓고 수십 개의 학교를 1건의 공사로 묶는 통합발주 방식을 내부적으로 검토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제한된 인력이 동시다발적으로 개교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공사 관리가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통합발주를 할 경우, 지역 건설업계가 수주할 수 있는 물량이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지역 건설업계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행정상의 편의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상생 발전에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에서는 31개 학교에 대해 일괄적으로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컨소시엄방식으로 참여할 경우, 지역업체 공동참여비율이 49%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달리, 개별 방식으로 계약할 경우, 100% 발주물량을 지역건설업체가 수주할 수 있다.
지역의 건설업체의 절반가량은 올해 1건의 수주계약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통합발주를 하게 되면 지역의 중소건설사가 학교 공사에 참여할 기회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관행적으로 대형건설사가 자체 협력업체에 하도급 공사를 맡기는 만큼 지역 전문건설업계 역시 타격을 입게 된다.
지역의 한 전문건설업체 대표는 “그동안에도 세종시 개발에 대형 건설사들이 대거 참여해 지역 종합 및 전문건설업계에는 세종시가 그림의 떡이었다”며 “지역 교육관청이 관리상의 문제로 지역 경제를 외면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지역건설업계에서는 관리상의 문제는 통합감리를 통해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는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개별적으로 공사를 계약하더라도 통합적인 품질상의 관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지역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예산을 받아 진행하는 관급 재정공사에서 통합발주는 조달청에서도 하지 않는 등 이례적인 일”이라며 “세종교육청에서 지역의 능력 있는 건설사를 외면하고 세종시 학교를 대기업이 지어주길 바라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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