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학교 전경 |
도전정신으로 설립된 이우학교는 '중도 탈락 학생을 위한 대안 학교'의 개념이 아니라 기존 학교와 차별화된 '가내 수공업' 형태의 교육을 지향하는 국내 대표 도심형 대안학교로 명성이 높다. 이로 인해 해마다 학생 입학 경쟁률은 두 자릿수를 기록, 일명 들어가기 힘든 학교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이우학교'를 고위층 자녀들만 다니는 '귀족학교'라는 선입견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수광 교장은 “지난 2003년 개교 이후 국가 또는 지자체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지 못한 2009년까지는 등록금 많아서 이런 인식이 있었는지 모른다”며 “2010년 혁신학교 지정 이후, 일반 학교와 같은 등록금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본보는 국내 대표적인 도심형 대안학교 모델인 이우학교를 찾았다.
▲ 매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 전체가 참여하는 뮤지컬 '한여름밤의 꿈' 공연 모습. |
이를 위해 이우학교는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한다. 학교 이름인 '이우(以友)'는 '벗과 함께', '벗과 더불어'라는 뜻으로 학부모와 교사, 학생 등이 수평적 관계를 이루며 긴밀히 의사소통하고 협력하는 학교, 나아가 '21세기의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 확산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우학교의 모태인 이우교육공동체는 소수 재력가의 재산에 의해 학교가 설립될 경우, 소수에 의한 전횡과 독단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공동 설립자 100명이 재산을 출연해 학교에 대한 사유개념을 공동으로 확대시켰다.
매년 열리는 이우교육공동체 총회에서는 이우학교 이사진을 선출하고 있다. 또한 교장 선출도 이사와 교사, 학부모 등이 민주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교장 임기는 4년으로 연임만 가능하고 교장직 이후 무조건 학교를 나가야한다는 규정을 갖고 있다. 학교내 권력이 특정 세력으로 쏠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원천봉쇄한다는 것이다.
▲ 소규모 학급으로 이뤄진 이우학교는 학생들의 수준·관심사를 반영해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
이우학교는 대다수 학생들이 도시에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도심에 대안학교가 있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국내 대표적인 중상층이 모여 산다는 분당에 둥지를 틀었다. 또한 대부분 대안학교가 농촌에 있다보니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부작용도 있다는 점을 감안, 가정에서 통학할 수 있는 거리인 도심에서 문을 연 것이다.
이로인해 통학이 가능한 분당이나 수원, 과천, 안양 등 통학 1시간 거리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만 입학이 가능하다.
▲교육과정의 다양화, 특성화=학급의 규모는 20명으로 제한하고, '확대 가족'과 같은 학교를 지향하고 있다. 중학교 과정 3학급씩, 고등학교 과정은 4학급씩 총 21학급 420명 규모로 학생들의 수준, 관심사, 학교철학을 반영한 교과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철학을 정규과목으로 선택, 학생들에게 인성을 넘어서 자기자신을 바로 볼 수 있는 자아성찰의 기회를 주고 있다.
철학교과서 집필자인 이수광 교장은 “철학수업시간에는 일반 교과과목을 잘하는 학생보다 뒤처진 학생들이 활발하게 수업에 참여한다”며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는 학생들한데 가장 절실한 문제들을 철학사상과 결부해 함께 이야기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또한 일부 교과 무학년제 운영을 비롯해 학생부진 학생에 대한 학습 돌봄, 개방적 학습네트워크, 농촌봉사활동, 인문학 교육 등 기존 학교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구축하고 있다.
전체 교사는 연 1회 이상 수업 공개와 연구회 활동이 필수로 학부모와 외부교사들에게도 수업 공개를 확대하고 있다. 학부모회와 공동으로 인문학 강좌, 도서관 포럼, 학부모 축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공동체적인 학교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인권환경주간, 예술주간 등 학생자치 활동과 학생 기획프로젝트 개발 등으로 학생들이 학교의 주인으로 적극 활동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고 있다.
해마다 고등학교 1 학생 80명 전체가 참여하는 뮤지컬 '한여름밤의 꿈'을 기획, '불협화음 속에서 너를 키운다'는 교육 지침속에서 학생들간의 단합을 이끌어 내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동아시아 평화'라는 주제 아래 9박 10일동안 필리핀과 베트남, 일본 등으로 해외 통합기행을 실시하고 있다.
▲ 다양한 체육활동을 통해 우정을 다지는 학생들. |
학생 선발은 서류 심사, 캠핑, 학생 면접, 학부모 면접 순으로 진행된다. 학교에 대한 이해도, 학생 자신의 자질, 학부모의 철할 등을 심층 면접을 통해 평가되는 셈이다.
이 교장은 “당면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한 몫을 해낼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되는 학생을 우선적으로 선발한다”며 “특히 부모가 어떤 철학과 방법으로 아이를 길러 왔으며, 아이에 대한 기대 사항은 무엇인가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된다”고 했다.
경기도 성남=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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