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톰 플레이트 지음 |
미국 언론계에서 가장 유력한 '아시아 정보통'으로 손꼽히는 전 LA 타임스 논설실장 톰 플레이트와의 대화에서다.
반기문과의 대화는 반기문 총장이 2010년부터 2012년 사이, 두 시간씩 총 일곱 차례에 걸쳐 진행한 대담과 각자 부인을 동반하고 사적으로 만나 나눈 여섯 차례의 대화를 담은 책이다. 2009년 방북 일자까지 확정한 상태에서 북한 측 요청으로 회담이 불발된 사연과 2001년 김대중 정권 시절 외교부차관에서 해임됐을 때의 심정을 비롯해 이코노미석도 마다하지 않고 비행기에 올라 긴급 재난국으로 이동, 40시간 뜬눈으로 일정을 소화하는 업무 수행 현장 등을 공개하며, 세계 정상의 조직에서 코리안 스타일로 일한다는 것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들려준다.
책에는 반 총장이 말하는 유엔의 정의, 외교 노하우, 국제 이슈에 대한 생각이 녹아 있다.
그런데 다른 책이나 매체에서 만날 수 없었던 그의 인간적인 면모도 눈길을 끈다. 69세인 반 총장은 10대처럼 빠르게 스마트폰을 다루고 회의 중간에도 스마트폰으로 직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한다. 문서 타이핑이나 e메일 첨부파일 확인도 직접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구호기금을 흥정하고, 좋아하는 영화가 '지.아이.제인'이라고 말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 사진=연합뉴스 DB |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고 24시간 전화 대기 중이며, 하루에 10차례 연설을 하고, 이코노미석을 타고 재난현장에 달려가는 사무총장으로서의 삶도 이야기한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분쟁과 대립, 지구 온난화와 북한 문제, 안전보장이사회 개혁 등에 대한 소신도 밝힌다.
저자인 톰 플레이트는 '유엔은 미국 외교정책의 유용한 도구'라는 의혹, 5개 상임이사국 체제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콘돌리자 라이스가 대북문제에 능숙하지 못했다는 평가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반 총장의 견해를 서슴없이 묻는다.
즉흥적이고 익살스러운 언사의 톰 플레이트와 반듯하고 정답 같은 한국인 신사 반기문 총장이 일곱 번의 공식 대담, 여섯 번의 사적인 만남에서 서로 공감하고 맞장구치고 때론 견제하고 긴장하는 길항 과정은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다. 저자는 대담 내용을 최대한 가감없이 소개하며 반 총장의 삶과 철학을 생생하게 그려낸 후 이렇게 글을 맺는다.
“우리에게는 사무총장이 있다. (……) 적어도 우리에게는 유엔 꼭대기에서 일주일에 7일, 하루 24시간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일꾼이 있다. 왠지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는가?” 세계에 분쟁이 없는 날은 단 하루도 없고, 오늘도 지구의 환경은 오염되고 있지만, 이를 멈추기 위한 노력을 필사적으로 벌이는 한 사람이 여기 있다.
톰 플레이트 지음/이은진 옮김/알에이치코리아/308쪽/1만8000원.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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