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에 사는 백모(46)씨는 2011년 1월 농림부와 보건복지부, 충남도와 부여군, 금융기관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2004년 3월 발생한 폭설과 관련, 폭설피해 보상금이 유출됐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고발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고발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구체적인 사실이 적시되지 않아 고발을 진정사건으로 접수해 조사한 후 같은 해 7월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에 백씨는 3개월 뒤 논산지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폭설 피해와 관련해 고발장에 제기한 각종 사안에 대한 무혐의 처분 근거가 된 조사와 검토 내용을 공개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논산지청은 원고의 진술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법령상 비공개 대상이며, 제기한 각종 사안은 모두 검찰 소관 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결국, 백씨는 '논산지청이 고발에 대해 제대로 수사를 하지도 않았으면서 수사기록이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의 비공개사항이라고 한 건 위법'이라며 지청장을 상대로 정보비공개 및 이의신청 기각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백씨의 손을 들어줬고 검찰은 항소했다.
검찰은 항소장에서, “수사기관 내부문서인 수사보고, 수사지휘 등 수사기록이 공개되면 직무수행이 곤란하고, 개인의 사생활 비밀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사건관계인 등은 불기소사건기록, 종결된 진정, 내사기록 중 본인 진술서류와 본인 제출 서류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열람과 등사를 신청할 수 있다”며 검찰보존사무규칙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20일 열린 대전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이승훈)는 논산지청장이 제기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다만, “일부 피해민의 일부 진술 기재 부분만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정보라고 판단하고, 나머지는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입법 목적과 취지에 비춰보면,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는 원칙이고,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는지는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또 “충남도 등 고발된 기관들이 작성한 자료 등은 오히려 원고가 제기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공개가 필요한 자료”라며 1심 재판부의 판결 취지도 인정했다.
검찰보존사무규칙에 대해서도,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에 불과한 것으로 법규적 효력이 없다”며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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