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19일자 6면 보도>
교육계에서는 교권이 외부 압력에 좌지우지되는 것 아니냐며 한탄하고 있지만, 딱히 이를 해결할 방법도 없어 애만 태우고 있다.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각급 학교의 담임교체 통계를 취합하지 않고 있다. 학교 내 교원 인사권은 전적으로 교장에 있다는 이유로 교육청에서 이를 보고 받고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타 시·도 통계를 통해 교육계가 처해 있는 담임교체 문제를 짐작해 볼 수는 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초등학교 학급 4.97%, 중학교 9.01%, 고등학교 3.03%가 학기 중 담임을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갑작스런 병가나 휴직, 출산 등 특정 교원의 불가피한 사유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학부모 요구 등 외부요인에 의한 사례도 심심치 않게 있다는 것이 일선 교원들의 전언이다.
실제 본보가 보도한 대전 모 특수학교 학교폭력 자치위원회는 교원의 폭력행위를 입증하지 못했음에도 담임교체를 학교장에게 권고했다.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 가운데에는 학부모의 지속적인 요구도 포함돼 있었다.
지난해 대전 모 초등학교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1학년 담임인 원로교사를 교체해 달라는 학부모의 집단 민원이 발생한 것. 정년을 2~3년 앞둔 담임이 젊은 교사에 비해 학생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 학교는 결국 학부모 입장을 받아들여 해당 학급 담임을 바꿨다.
얼마전 제주도 모 중학교에서는 학교장과의 갈등으로 담임직을 빼앗긴 교사를 '원복'을 요구하며 학부모들이 제주교육청에 탄원서를 낸 적도 있다.
이같은 사례들은 모두 학부모들의 입김이 학교 내 인사를 좌지우지했거나 이에 압력을 행사한 경우다.
교장 입장에선 학교안정과 교육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학부모 요구를 무턱대고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해결 과정에서 교권침해 소지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전지역 모 교장은 “각 학교를 교장이 자율경영한다고는 하지만, 이는 빛 좋은 개살구나 다름없다”며 “학부모들이 학교 대소사에 우월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이를 마땅히 제어할 방법도 뾰족하지 않다”고 하소연 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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