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의 전력난으로 고강도 절전대책이 추진되면서 인근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A사장은 “실내 냉방온도를 26℃로 제한하더라도 찜통에 버금가는 공공기관보다는 훨씬 시원하기 때문에 더위에 지친 공무원이나 민원인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전했다.
#2. 서구 만년동에서 한식 식당을 운영하는 B사장은 무더위 탓에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각종 찌개류를 주 메뉴로 하는 식당이지만 더위 탓에 손님이 줄었기 때문이다. B사장은 “휴가철이 맞물린데다 흡연 금지로 저녁 매출도 떨어졌고,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져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전력난에다가 연일 찜통더위가 지속되면서 업종마다 희비가 엇갈리는 표정이다. 최근 수년새 엄청난 증가세를 보이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커피전문점 등은 더위 탓에 매출이 오르고 있지만 일부 업종은 현상유지도 쉽지 않을 만큼 운영에 애로를 겪는 것이다.
대전시청 인근이나 갤러리아 타임월드 주변에 밀집한 커피전문점들의 올 여름 매출은 대부분 호황을 맞고 있다. 한낮에는 더위를 피하기 위한 손님들이 몰리고, 오후 9시가 넘어서도 여전히 성업 중이기 때문이다.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 몇몇 업소들은 24시간 영업을 할 정도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잠 못 이루는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치킨집이나 야식집 등의 매출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유성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하는 C사장은 “낮에는 테이크아웃 고객이 늘었고, 저녁에는 시원함을 찾는 고객들이 몰려 매출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지속되는 무더위가 반갑지만은 않은 업종도 많다.
구이류나 찌개류 등을 판매하는 일반음식점 상당수는 더위 탓에 고객이 줄어 울상을 짓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규모가 큰 업소들은 흡연 금지까지 더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떨어진 곳도 부지기수다.
지개류 전문식당을 하는 D사장은 “워낙 덥다보니 이열치열(以熱治熱)도 옛말이 된 것 같다”며 “요즘에는 냉방이 제한되다보니 손님들이 시원한 음식을 더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역시 불볕더위가 매출 하락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에는 손님이 줄지만 최근에는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상품가치마저 떨어져 이래저래 손해를 보는 형편이다.
전통시장 한 관계자는 “여름에는 더워서, 겨울에는 추워서 장사가 안 되고, 그나마 봄과 가을에 장사를 해야 하는데 기후마저 도와주지 않는다”며 “그래도 한달 앞으로 다가온 추석 대목만 바라보면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