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희정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푹푹 찌는 무더위는 밤까지 이어지고 연일 열대야 현상까지 겹쳐 사람들은 밤이면 더위를 잊기 위해 하천변이나 공원 등으로 나간다. 이렇게 밤이면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야식.
시원한 맥주와 맛있는 치킨, 그 밖에도 많은 간식거리들이 함께하는 열대야의 밤은 즐겁기만 하다. 하지만 우리가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야간식이 증후군이 그것이다.
야간식이증후군(Night eating syndrome)이란, 잠자리에 들기 전 또는 잠을 자다 일어나 음식을 먹을 때 생기는 증후군을 말한다. 한 마디로 낮에는 식욕이 없다가도 유독 밤만 되면 식욕이 증가해 과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저녁식사 이후 섭취하는 양이 하루 섭취량의 50%를 넘거나, 한 밤중에 깨어나 스낵류 등의 고탄수화물 음식을 섭취해야만 다시 잠이 오며, 불면증 등의 수면장애 증상이 있다면 야간식이증후군이 아닌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중 1명은 밤에 섭취량이 많은 야식경향을 갖고 있으며, 100명중 1명은 야간식이증후군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야간식이증후군의 원인은 무엇일까?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울증, 불안, 신체이미지 왜곡 또는 스트레스 등이 유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양의 음식을 먹더라도 밤에 먹으면 살이 찔 위험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로, 이는 우리 몸의 움직임이 낮보다 밤에 현저하게 줄어들어 에너지를 소비할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또 낮에는 교감신경의 작용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방향에서 대사가 이루어지지만, 밤에는 부교감신경이 지배적이므로 섭취한 음식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 않고 지방으로 전환되어 몸에 축적되는 것이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야식을 먹고 난 다음날 얼굴이 붓는 현상은 야식을 먹음으로써 다량의 염분을 섭취하게 되는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흔히 밤에 즐겨먹는 라면과 같은 야식들은 많은 염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염분이 많은 음식을 먹고 자면 밤사이 염분의 농도를 낮추기 위해 수분을 배출시키지 않고 체내에 저장하게 되고, 이 때 저장된 수분 때문에 얼굴이 붓게 되는 것이다.
야간식이증후군인 경우, 하루 세 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아침식사는 절대 거르지 말아야 한다. 이는 잠에서 깨어난 후 아침식사를 하면 뇌가 활성화되면서 인체에 활력을 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녁은 가급적이면 가볍게 먹는 것이 좋다. 단, 야간식이증후군으로 인해 잠에서 깰 정도로 상태가 심각한 사람이라면 저녁식사를 든든히 해서 위장을 채우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밤참을 찾게 만드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필수다.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먹는 생각을 잊을 수 있는 자신만의 오락거리나 운동, 음악 감상 등 나만의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숙면을 통해 쌓인 피로를 회복하는 것이 좋은데, 특히 스트레스가 쌓인 상태에서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그 여파는 계속 누적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만약 밤에 배고픔을 참을 수 없을 것 같다면 저녁식사 시간을 아예 8시께로 늦추는 것이 좋지만, 그래도 무언가 먹을 것이 필요하다면 최대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음식 선에서 소량만 섭취하도록 한다. 물이나 우유 한 잔, 오이, 당근 등은 포만감을 주면서 위에 부담도 적고 칼로리도 적어 적당한 밤참이 된다.
과일을 밤참으로 먹을 경우 당분이 적은 수박이나 토마토 등이 좋으며, 따뜻한 호박죽, 깨죽 등과 같은 죽 한 그릇은 숙면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