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의 오늘' 지켜낸 희생, 잊혀져 가는 현실 안타까워

  • 사회/교육
  • 국방/안보

'독립의 오늘' 지켜낸 희생, 잊혀져 가는 현실 안타까워

묘역찾은 후손들, 정부와 젊은층 관심 당부 “아직도 고국에 돌아오지 못한 애국지사 많아”

  • 승인 2013-08-15 16:03
  • 신문게재 2013-08-16 5면
  • 강우성 기자강우성 기자
[광복 68주년- 대전현충원 애국지사묘역을 찾아]

남세극 애국지사의 조카 손자 남상우씨가 15일 남 지사의 묘비를 어루만지면서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남세극 애국지사의 조카 손자 남상우씨가 15일 남 지사의 묘비를 어루만지면서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애국지사들이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광복절을 맞은 15일 아침, 국립 대전현충원에 유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각 유족은 애국지사 묘역 내 묘비의 주인을 회고했다.

이들 가운데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애국지사 제2묘역을 이리저리 헤매는 한 남성이 눈에 띄었다. 남성은 몇 번을 확인하고 나서야 한 묘비 앞에 섰다.

묘비의 주인은 남세극 애국지사. 묘비 앞에 선 남성은 남 지사의 조카 손자인 남상우(69) 씨다.

남세극 애국지사는 만주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다. 남 지사는 대한국민회 재무담당 일을 맡아 군자금을 모집했다. 독립운동 중에 남 지사는 일본경찰에 체포돼 모진 고문도 당했다.

이에 남 지사는 고대하던 광복을 단 2년 앞둔 채 지난 1943년 만주에서 숨을 거뒀다. 만주에서 숨진 남 지사가 고국의 영토에 묻힌 것은 지난 2000년 11월 2일.

현충원 내 남 지사 안장에는 조카 손자인 남상우 씨의 갖은 노력이 있었다.

남씨는 “넷째 조부께서 고국이 아닌 타향에 묻혀 있는 것을 후손으로서 가만둘 수 없었다”면서 “조부님 가족들을 찾고자 백방 노력하고 있지만, 한 분은 우크라이나에서 병사하셨고, 다른 분은 북녘에 있다는 소문만 들었을 뿐, 아직도 행방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남씨는 또 “공산권 국가에는 아직도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고국에 돌아오지 못한 채 이역만리의 토양에 묻혀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시각, 애국지사 1 묘역에서도 한 노인이 누군가의 묘비를 찾고 있었다.

애국지사 이인 선생의 아들 이정(78) 교수다.

이인 지사는 변호사였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 판ㆍ검사가 주축 된 법정에서 이 지사는 독립운동가들을 상대로 무료로 변호했다. 또 우리말을 지키고자 했던 조선어학회 사건에 연루돼 옥고도 치렀다.

이 교수는 “일제는 독립운동가를 무자비하게 다루는데도 선친은 일본 검사 등에게 할 말은 다 하는 분이셨다”며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신 뒤 다리를 절었다”고 선친을 회고했다.

이 교수는 다른 묘역에 봉안된 정인승 지사의 묘에도 참배했다. 이 교수는 “선친과 같이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로, 선친의 지우도 뵙고 가는 것이 도리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애국지사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후손인 우리는 항상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면서 “젊은 세대가 광복절의 의미를 잊고 망각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