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치영 스피치아카데미 대표 |
또 겨울에는 윗목에 고구마 통가마에서 고구마나 텃밭에 묻어 놓은 무를 꺼내다 깎아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의 꽃을 피우곤 했다. 농경사회니 가능했던 일들이다.
이제는 복잡하고 다양한 문화에 적응하려면 가족 간에 대화는 고사하고 얼굴 볼 날도 드물다. 더구나 가족들이 아버지의 얼굴보기가 옛날 밤하늘에 샛별보기 보다 더 힘들어 졌다. 아이들은 어쩌다 밤늦게 만취해 돌아온 아빠를 가리키며 “엄마, 이 아저씨 누구야” 할 정도다.
그 물음에 매일 늦는 남편이 밉살 맞아 보이는 부인은 “글쎄다. 하숙집 아저씬지, 이웃집 아저씨가 잘못 들어 왔는지 모르겠다”고 비아냥거린다.
실제로 남성들에게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면, '애 엄마(육아), 부인(동행), 마누라(밥), 아내, 집사람(안살림)'란 순서를 대답한다고 한다.
결국, 남자에게 필요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당신'이다.
반면, 여성의 경우에는 '돈, 건강, 딸, 친구, 강아지'다. 당신(아빠)이란 없다.
남자란 존재가 '집에 두면 근심 덩어리, 같이 나오면 짐 덩어리, 혼자 내보내면 걱정 덩어리, 마주 앉아 있으면 웬수 덩어리'라는 말이 유머로만 들리지 않는다.
옛말에 엄부자모(嚴父慈母)라 했다. 아버지는 엄한 사랑으로, 어머니는 자애로운 사랑으로 자녀들의 강하고 부드러운 인품을 육성해 나갔다.
하지만, 오늘날 엄한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들이 권위는 물론 인기마저 상실돼 아이와 가정에서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어쩌다 일찍 귀가해도 신문을 뒤척이거나, TV 화면에 눈을 주어 버린다. 국경일에 아이들과 부인은 밖에 나가 바람이라도 쐬고 싶어 하지만 남편은 잠이나 자며 휴식을 취하려 한다. 이같은 아빠들은 자연히 부권이 상실될 수밖에 없다. 물론, 자녀들의 교육에서도 엄마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
평소 아버지 노릇을 잘하지 못하는 아빠들은 돈으로 해결하려 든다. 그러나, 잘 통하지 않는다.
이런 아빠들을 위해 몇 가지 실천 방안을 제시해 본다.
먼저, 가족의 대화는 마음을 열어 가족에게 감정을 표시하는 것에서부터다. 의외로 많은 아빠들이 솔직한 표현에 익숙지 못한 경우가 많다. 피곤한 몸으로 퇴근하고 나면 만사가 귀찮아 질 때가 많다. 그럴수록 가족들을 따뜻하게 바라 봐라. 나에게 이렇게 값진 보물들이 있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며 아빠의 자상한 시선은 아이와 아내에게 희망과 기쁨이 된다.
둘째, 아이들의 인격과 행동을 신용하고 믿어 주는 것이다. 아이들이 아빠에게 자신을 뽐내고 싶을 수도, 학교에서의 불평을 늘어놓을 수도 있다. 아내는 가계의 고충이나, 아이들의 건강, 가족의 장래를 이야기할 수도 있다. 이에 아빠들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떡이는 경우가 많다. 보다 적극적으로 경청해 주고 응대해 주자. 사람은 자신을 인정해 주는 상대에게 호감을 가질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상의하고 싶어 한다.
셋째, 칭찬과 격려로 가족에게 신선한 자극을 줘라. 아이들에게는 장점이나 잘하는 점을 찾아내 듬뿍 칭찬하자. 또 아내에게는 “어허! 지금은 다소 고통이 있지만 조만간 큰일을 성사될 거요, 조금만 참읍시다”라고 희망을 주자. 가장의 희망적인 말 한 마디는 가정에 희망과 행복을 예견시킨다.
마지막으로, 가족과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때로는 엄마를 몰아내고 온 집안을 어지럽히며 아이들과 놀아 주는 것이 상실된 부권을 찾는 길이 될 수 있도 있다. 시골에 가서 마당에 멍석 깔고 별보기, 아이들과 팔을 걷어 붙이고 땀을 흘리며 씨름하기, 어린이 만화 같이 보기,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하기, 직장에 데리고 가기 등.
열심히 일한 당신(아빠), 이제 가족과 함께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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