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기자]대전 첫 천연기념물 지킴이… '중책'이자 '영광'

[객원기자]대전 첫 천연기념물 지킴이… '중책'이자 '영광'

마을 주민들 풍년 기약하며 700년 느티나무서 칠석제 ●그 곳에 가면 사람이 있다-⑥괴곡동 느티나무 지킴이 윤호 통장

  • 승인 2013-08-14 17:31
  • 신문게재 2013-08-16 12면
  • 이춘아 객원기자이춘아 객원기자
▲ 칠월칠석날이었던 13일 오전 서구 괴곡동 마을운영위원회가 괴곡동에서 느티나무 목신제를 지냈다. 괴곡동 느티나무는 마을의 신목(神木)으로서 700여 년의 세월을 함께하며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해왔다.
<br />서구청 제공
▲ 칠월칠석날이었던 13일 오전 서구 괴곡동 마을운영위원회가 괴곡동에서 느티나무 목신제를 지냈다. 괴곡동 느티나무는 마을의 신목(神木)으로서 700여 년의 세월을 함께하며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해왔다.
서구청 제공
칠월칠석날이었던 13일 오전 10시 대전시 서구 괴곡동 700여년 나이를 잡수신 느티나무 주변은 칠석제 행사인 '느티나무 목신제'로 북적이고 있었다. 칠석제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윤호 괴곡동 통장(51)을 만났다.

칠월칠석이면 마을농악대가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마을의 신목인 느티나무 아래에서 마을주민들이 모여 풍년을 기약하는 칠석제를 지내고 부녀회가 준비한 풍성한 점심식사를 마을회관에서 해왔다. 올해는 칠석제 제사상 규모부터 다를 뿐 아니라 외부손님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준비하고, 음식도 그 부근에서 먹을 수 있도록 준비를 했다. 규모가 달라진 칠석제는 수령 700년 느티나무가 올해 대전 최초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2013.7.17. 천연기념물 제545호) 기념행사이기도 했다.

박환용 서구청장, 마을 최고령자, 마을운영위원장이 제관이 되어 칠석제를 지내고 100여명의 참가자 가운데 몇몇 사람이 절을 올린 후 떡과 과일, 술을 나눠먹고 준비된 육개장 점심을 먹었다. 오후부터는 천연기념물 지정 축하공연이 있었다.

대전충남생명의숲, 대전문화연대, 대전문화유산울림 등의 단체들과 마을주민들이 합심하여 천연기념물 지정을 위해 노력해왔다. 대전충남생명의숲이 대전지역 노거수 100개를 조사한 결과 괴곡동 느티나무가 나무규모, 수령, 수형이 가장 뛰어났다. 1982년 서구 시나무로 지정된 이후 관리는 괴곡동 통장이 맡아왔는데, 2013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시점에 마을대표직을 맡고 있는 윤호 통장은 개인적인 영광이자 중책을 떠안게 됐다.

▲ 수령 700년으로 대전 최초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느티나무의 관리를 맡고 있는 윤호 괴곡동 통장.
▲ 수령 700년으로 대전 최초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느티나무의 관리를 맡고 있는 윤호 괴곡동 통장.
높이 25m, 둘레 16m의 커다랗다 못해 괴기한 느낌마저 주는 느티나무 아래서 칠석제를 지내게 된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라 언제부터 지내왔는지는 모르지만, 정월대보름이면 동네 지신밟기를 한 후 이 느티나무 아래에서 목신제를 지냈고, 칠월칠석이면 칠석제를 지냈다고 윤호 통장은 전한다. 견우직녀 전설과 연관된 내용은 없는지 물음에 이 시기는 벼가 제법 키가 커서 풀을 이겨내는 때인지라 농부들에게 비교적 한가한 때이기도 하여 풍년을 기원하며 마을의 정신적 지주이자 신목인 느티나무 아래서 제를 지내왔다고 한다.

느티나무 아래를 돌아보니 주변은 포도밭도 좀 있지만 거의 논이다. 구봉산 동쪽 끝자락에, 보문산 서쪽 끝자락에, 유등천이 지나가는 논농사가 많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이다. 예부터 봄이 되면 마을사람들은 이 느티나무 나뭇잎이 동시에 나면 풍년이고 한쪽으로 몰려서 나면 흉년이 될 것이라 점치기도 했다 한다.

이춘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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