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노래 1절 가사다. 위당(爲堂) 정인보 선생께서 지으셨다. 오늘은 68주년 광복절. 어린 시절엔 광복절 노래를 자주 불렀다. '광복'이란 뜻도 모르면서 말이다. 한자 말 '光'이니 어찌 알랴. 우리말 큰사전에서는 광복(光)을 “잃었던 나라와 주권을 도로 찾음”으로 풀이한다.
북한도 이날을 기념한다. '해방기념일'이라 부른다. 같은 민족끼리 '광복'과 '해방'으로 나뉜다. 그뿐이랴. 백두산 흙도 만져보지 못한다. 만주 땅도 밟을 수 없다. 북녘 동포는 한라산 흙냄새조차 못 맡는다. 진정 광복이 아니다.
흙은 만물의 근원이다. 생명의 원천이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흙을 기본 원소 첫 번째로 꼽았다. 사람도 흙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 창세기 2장 7절 말씀이다. 법구경 3장에서도 “몸은 오래도록 유지될 수 없어 언젠가 흙으로 돌아가게 되느니라”라 했다. 우파니샤드 6장 1편에서도 “아들아, 한줌의 흙덩어리를 알면 그 흙으로 만든 모든 것을 알게 된다”라 했다. 코란 5장 6절에서도 “그대들이 예배를 드리려고 할 때는… 깨끗한 흙으로 얼굴과 손을 닦아라”고 했다. 모든 종교가 한결같다. 흙은 인간의 근원이요 신성한 물질이다.
최초 인류 이름은 '아담'이다. 히브리어로 땅 또는 흙을 뜻하는 '아다마'(adama)에서 비롯한 말이다. 라틴어로 '호모'(homo)는 사람을 뜻한다. '살아 있는 흙'을 의미하는 '호무스'(homus)에서 온 말이다. 인간은 흙으로 빚어져 흙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죽음'을 '돌아가셨다'로 표현하지 않던가.
흙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주 서서히 만들어진다. 겉흙이 손가락 한마디(2.5㎝) 정도 생겨나는데 500년 걸리는 것으로 미국 농무부는 추정한다. 다윈은 지렁이가 흙 생성의 지대한 공로자로 표방한다. 잉글랜드 지렁이들이 100~200년이면 겉흙 2.5㎝를 만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흙은 쉽게 사라진다. 빗물에 쓸려내려 간다. 바람에 날리기도 한다. 침식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도시화로 인해 마구 버려진다. 한 해 지구상에 흙이 무려 240억t이나 사라진다고 한다. 한 사람당 3억t이 넘는 양이다.
흙은 유기물질의 보고다. 유기물질의 분해와 합성이 흙에서 반복한다. 식물을 길러내고 생명의 순환을 조절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썩은 물질을 정화한다. 새 생명을 키우는 영양분을 제공한다.
흙은 건강해야 한다. 기름진 흙이 건강한 식물을 키우고, 건강한 식물이 다시 흙의 건강을 유지시켜 준다. 기름진 흙 500g에는 미생물이 수없이 많이 산다. 지구상에 인구보다 많다고 한다. 기원 전 4세기 그리스의 크세노폰은 농업에 대한 자세한 기록을 남겼다. 똥거름과 두엄이 땅을 기름지게 한다고 말이다. 인공 거름은 흙의 건강을 해친다. 흙의 생명력을 퇴화시켜 인류에 큰 재난을 가져온다. '땅'은 '똥'을 만나야 한다. 땅과 똥은 부부지간이다.
흙은 지구의 살갗이다. 흙 두께는 1m도 채 안 된다. 지구 반지름(6380㎞)의 1600만분의 1 정도다. 사람 살갗은 2㎜도 채 안 된다. 사람 키에 1천분의 1에 조금 못 미친다. 비율로 따지면 지구 살갗은 사람 살갗보다 훨씬 얇다. 더 연약하다.
한반도 허리춤이 철조망으로 옥죈 지 60년. 도시화가 80%나 된다. 흙이 마구 파헤쳐진다. 도시마다 수십 층 아파트가 짓누른다. 아스팔트로 칭칭 휘감는다. 시골 농로마저 시멘트로 목 조인다. 유일하게 숨통 트인 학교 운동장마저 흙이 사라진다. 인조 잔디나 아스콘으로 덧입힌다. 그걸 경제성장으로 착각한다. 흙 만져보기 어렵다.
“흙을 파괴하는 나라는 스스로 멸망한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말이다. '흙 다시 만져보자' 그게 진정 '광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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