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만큼 정부의 절전대책과 관련, 민심은 들끓고 있다. 사상 최대의 전력대란이 빚어지면서 더위에 지친 시민들의 감정이 폭발 직전이다.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냉방기 가동 전면 중지로 업무 능률은 기대하기 조차 힘겨운 형편이다.
대정전의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13일 오후 서구 둔산동과 중구 은행동 일대에서 만난 시민들은 정부와 정치권을 성토하기 바빴다. 해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어도 전력수급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국민에게 읍소하는 것은 변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 A(22)씨는 “최근 불거지는 여러 사안을 살펴보면 정부의 대책은 사후 약방문인 경우가 허다하다”며 “정치권에서 논쟁만 하다 보니 정작 국민이 겪는 어려움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처럼 전력대란으로 강력한 절전대책이 추진되는 가운데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유통업계나 중소상인들의 동참률은 높게 나타나고 있다.
개문영업 금지나 실내 냉방온도 제한 등 절전대책을 적극 준수하는 것이다. 실제 중구 은행동과 서구 둔산동 일대 상점가에서는 개문 영업을 하는 업소를 찾기 어려웠고, 냉방기기 설정온도를 26℃로 제한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화장품 가게를 하는 C(여·38)씨는 “아무래도 문이 열려 있으면 손님들이 편하게 들어와서 이것저것 구경하다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정전 위기가 심각하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문을 닫고 있다”며 “올 여름은 이익은 고사하고 가게 임대료나 벌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역시 고객들의 쾌적한 쇼핑환경보다 절전대책에 치중하고 있다. 백화점의 경우 실내 냉방온도 제한을 넘어 공조기마저 순환 가동을 실시하고 있다. 전력사용 피크 시간대인 오후에는 주차장도 절반 이상 소등을 통해 조금의 전기라도 아끼는데 일조하고 있다.
한편 이날 전력당국은 전력수급 경보 '준비단계'를 발령했다. 전력거래소는 순간예비전력이 450만 미만으로 떨어짐에 따라 오전 11시 19분부로 전력수급경보 '준비단계'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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