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붙이면 반은 성공? 신분사칭 범죄 잇따라

세무사 행세부터 대법관 친분 악용까지… 사기범들 법의 심판

'사'(士ㆍ事)자라면 쉽게 속아 넘어가는 뿌리깊은 세태를 악용한 '사칭' 범죄가 줄줄이 법원의 심판을 받았다.

대전지법 형사5단독(판사 최형철)은 청탁과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받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59)씨에 대해 징역 8월과 추징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씨는 2010년 사기죄로 대법원에 상고해 재판 중인 A씨로부터 무죄를 받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신경 써보겠다'며 자신의 고교(전주고)와 대학(원광대) 친구인 대법관에게 가져다주겠다는 명목으로 2000만원을 송금받았다.

최형철 판사는 “판사와 친분관계를 이용해 재판에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명목으로 돈을 수수한 행위는 사법부의 신뢰를 저하하는 것”이라며 “여기에 액수와 실제로 대법관을 찾아가 청탁을 시도한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같은 재판부는 또 사기죄로 기소된 최모(33)씨를 벌금 400만원에 처했다.

최씨는 지난해 B씨에게 자신이 변호사 사무소 직원이라며 대행료를 주면 개인회생과 파산 절차를 대행해주겠다며 80만원을, 중구 선화동에서 미용실은 운영하는 C씨에게 가압류 신청 절차를 대행해주겠다며 30만원을 가로채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세무회계 프로그램을 이용해 세무사 행세를 한 회계사무소 사무원들도 있었다.

중구 목동 Y 세무회계사무소 사무장이던 오모(44)씨와 같은 사무소 실장이었던 배모(41)씨는 2011년부터 세무회계 프로그램을 이용해 기업들의 부가가치세 신고 대행 업무를 해주는 대가로 2012년 6월까지 모두 124회에 걸쳐 6113만원의 수익을 얻었다. 세무사 자격없이 세무대리를 한 것이다.

여기에 오씨는 토목초급 건설기술경력증까지 전문건설업체인 석풍건설(주)에 대여해 건설기술관리법도 위반했다.

형사5단독(판사 최형철)은 세무사법과 건설기술관리법을 위반한 오씨에게 징역 8월, 배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하고 모두 2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해줬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