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여주군 중앙로 현지에서 만난 박흥수<사진> 중앙로상인회장은 중앙로 거리의 상가 간판을 한글로 바꿀 수 있었던 공로를 주변 상인들에게 돌렸다. 한글간판 정비사업을 시작한 지난해 6월 당시 박 회장은 그동안 잘 사용한 간판을 버리고 영자표현 대신 한글로 교체하도록 동료 상인들의 협조를 받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뜻을 함께하는 동료 상인 5명으로 간판정비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상가를 찾아다니며 한글간판이 필요한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을 모신 영릉이 여주에 있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만큼 한글을 지역에서 더욱 애착을 가지고 사용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상인들 역시 세종대왕이 잠든 고장에서 한글사용을 더욱 앞세워야 한다는데 공감했고 간판을 한글로 모두 교체하는 사업은 시작될 수 있었다.
박흥수 상인회장은 “지역에 뿌리내리고 생활하는 상인 입장으로서 간판에 한글을 사용하자는 데 거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한글 간판이 전국적인 우수사례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 디자인부터 색상까지 꼼꼼히 신경 써 간판이 거리와 어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부는 영어 이니셜을 사용하는 간판을 한글로 바꾸는 데 본사와의 문제가 있었다. 전국의 다른 지점과 차이가 발생해 브랜드의 이미지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우려한 것. 이에 박 회장과 추진위원들은 상인들을 대신해 해당 본사에 수차례 공문을 통해 지역의 특성을 충분히 설명해 설득할 수 있었다.
상인들의 협조속에 한글간판정비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안전행정부가 평가한 전국 간판정비사업에서 여주 중앙로의 한글간판이 우수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덕분에 추가사업비까지 확보해 올해 한글간판 2차 정비사업을 앞두고 있다.
박 회장은 “한글 간판으로 교체한 후 전국 시장이나 상점가에서 우리 사례를 배우기 위해 수차례 방문했고, 기본적으로 어지러운 간판이 정리돼 나아졌다”며 “중앙로의 남은 구간의 간판 모두 한글로 교체해 중앙로 문화의거리를 한글의 거리로 명칭까지 변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본 시리즈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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