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정 논산 강경중앙초 교사 |
그때의 감정은 분명히 길고 길었던 수험생 생활의 끝을 의미하는 환희였다. 동시에 이제 자립할 수 있다는 기대이기도 했고, 사회인으로서 첫 발걸음을 내딛기 전의 설렘이기도 했다. 모든 열정을 다 바쳐 열심히 할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두려웠던 것을 한 가지 꼽으라면 그것은 바로 나 자신에 대한 불신이었다. 열심히 할 자신은 있었으나 잘할 자신은 없었다. 나의 능력에 대한 불신, 그리고 그것이 가져올 좋지 않을 것이 분명한 결과, 그로 인해 달라질 나에 대한 주변의 시선, 이런 걱정들이 내 발목을 잡았다. '학생들이 내 수업을 지루해하면 어떡하지?', '업무처리를 잘못해서 교육청에서 전화가 오면 어떡하지?', '학부모님께 항의전화가 오면 어떡하지?' 등등, 종류도 다양했다. 대학생 때 꿈꿨던 멋진 교사상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암울한 생각만이 맴돌 즈음, 결국 3월 4일 첫 출근 일은 다가왔고 어느새 학교에 출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날 아침, 부들부들 떨면서 출근준비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로부터 5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부족한 점도, 더 배워야 할 것도 많은 저 경력 교사이지만 5개월은 나의 헛된 걱정을 없애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여전히 걱정을 하고 있기는 해도 그것은 더 이상 암울한 망상 따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는 걱정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고, 또 어떻게 하면 그것이 나의 발전에 도움이 될까를 고민하게 된다.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려는 눈도 생기고, 내가 겪는 모든 일이 다 공부라고 느낄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거기다 정말 운이 좋게도 초임인데도 좋은 학교에서 멋진 선생님들과 예쁜 학생들을 만나서 이제는 행복하기까지 하다.
한창 임용고사 공부를 할 때 이미 합격해서 졸업한 선배에게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들도 행복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을 들었을 당시 일부 공감을 하면서도 완전히 수긍할 수 없었던 것은 학생의 행복보다 먼저 자신의 행복을 꿈꾸는 것이 교사로서는 다소 이기적인 태도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절실히 느낀다. 행복하지 못한 교사는 결국 그 교사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교사가 아무리 겉으로 학생들을 위하고 희생하려 해도 결과는 부정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교사의 행복을 위해 학생들의 행복을 침해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일단 행복을 느끼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좀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에는 그 누구도 반대하지 못할 것이다.
감사일기를 매일매일 쓰라고 했다고 학생들에게 불평불만이 쏟아져도 그중 대부분은 그날 하루 감사한 일에 '나는 선생님께 감사하다. 왜냐하면~'을 써 올 것을 알기에 나는 행복하다. 내가 올린 공문이 잘못되어서 다른 선생님께 주의를 받아도 지금 열심히 배워서 다음에 잘하면 몇 배로 칭찬해 주실 것을 알기에 나는 행복하다. 초임인 나를 못 미더워하시는 학부모님이 계시더라도 내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내 진심을 알아주실 것을 알기에 나는 행복하다. 때때로 힘든 일이 생겨서 눈물이 나더라도 나 스스로를 이렇게 행복한 교사라고 느낄 수 있기에 나는 행복하다.
나는 행복한 교사다. 이것을 확신할 수 있기에 나는 지금 정말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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