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 인근 쪽방촌에 거주하는 이모(53)씨가 찌는듯한 무더위에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다.
손인중 기자 dlswnd98@ |
12일 동구 정동의 대전역 쪽방촌 골목은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이 한산했다. 방마다 달린 공책크기만 한 창문으로는 폭염을 견딜 수 없어 실내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바깥 출입문을 모두 열어 제치고 있었다.
가지런히 놓인 신발을 보고 들어간 쪽방에는 김모(63ㆍ여)씨가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옆으로 길게 뻗은 쪽방 오른쪽은 이불이 깔린 잠자리였고 왼쪽은 물을 쓰는 주방이었다.
창문없는 방에 출입문이 바람이 들어올 유일한 입구여서 활짝 열어놨지만, 밖과 온도 차이는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김 씨는 “오전에는 가만히 앉아 있으면 견딜만하지만, 오후부터 잠들기 전까지 대전천처럼 바람이 있는 곳에 나가 있어야지 더워서 집에는 있을 수 없다”며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겨우 땀을 닦아내는 게 잠들기 전에 하는 샤워”라고 말했다.
이어 대전시쪽방상담소 직원들과 함께 찾아간 이모(53)씨의 쪽방은 동굴과 다름없었다.
건물내 좁은 계단을 올라 2층에 있는 이 씨의 한 평짜리 쪽방은 옆 건물에 막혀 창문으로 작은 빛도 들어오지 않았다.
생수 몇 개가 들어 있는 냉장고는 작은 방에 훈김을 쉴 새 없이 내뿜었고, 벽걸이 선풍기 역시 기온을 낮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밖에서 35℃를 가리키던 온도계가 이 씨의 쪽방에서는 33℃였고, 휴대폰은 바깥 전파와 닿지 않아 먹통이 됐다. 이 씨는 “추울 때는 이불이라도 하나 더 덮을 수 있지만, 여름 더위는 피할 수 없어 밤낮으로 괴롭다”고 토로했다.
쪽방 주민들이 어렵게 여름을 보내는 가운데 이들을 돕기 위한 도움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동구 삼성동 무료급식시설인 '성모의 집'은 말복인 이날 평소보다 많은 230여명에게 100원 점심 급식을 벌였고 쪽방상담소와 대전홈리스제원센터는 오후 2시, 쪽방과 다리 밑 등 열사병에 노출될 수 있는 곳을 순회하며 사고를 대비했다.
쪽방상담소 황윤식 팀장은 “더위가 지속되면서 체력적으로 상당히 지쳐가고 있어 자주 방문하며 건강을 여쭙고 있다”며 “돗자리나 시원한 생수, 선풍기처럼 여름철 작은 기부가 어려운 이웃이 여름을 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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