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하나를 두고 모두가 눈을 가리고 소리에 반응해나가는 시각장애인 운동인 골볼. 골볼은 눈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사용해 공의 소리로 공의 움직임과 상대방의 움직임을 파악한다. 모든 소리로 경기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경기와 달리 응원이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오직 소리로만 공의 위치를 파악해 3명의 선수가 큰 골대를 서로 합심해 지키고, 공격하면서 경기를 펼치는 골볼은 시각장애인 특유의 날카로운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소리로만 공의 위치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극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스포츠 골볼.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도 클 뿐만 아니라 선수간 신경전과 기싸움도 대단하다. 조용한 스포츠지만 어느 종목보다도 긴장감이 크게 느껴진다.
이광희(40) 대전장애인 골볼팀 감독은 “골볼은 지구력과 심폐력 등 전신운동에 좋은 스포츠”라면서 “청각을 이용하기 때문에 집중력에 도움이 되고, 경기에 임할 때는 누구나 눈을 가려 평등한 조건에서 경기가 이뤄지기 때문에 가장 공평한 운동이다”고 자랑했다.
대전에도 골볼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하고 있다. 대전장애인 골볼팀은 매주 2회(화·목) 동구 가오동에 있는 대전맹학교에서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1996년 대전장애인골볼협회가 출발한 후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장애인 골볼팀은 남자부 6명의 선수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매년 전국대회에서 4~5위 자리를 지키며 골볼 실력을 뽐내 오다가, 2010년 전국체전에서 2위까지 올랐다.
적은 선수로 전국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다. 낮에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밤에는 훈련해 온 대전맹학교 교사들과 김성안(44) 회장의 힘이 컸다. 선수가 없어 대회참가가 어려워지자, 골볼 종목의 활성화를 위해 김 회장과 맹학교 김대환·김근호·김범석·허세봉 교사 4명이 직접 선수로 뛰기로 결심하고 맹훈련을 해온 것이다.
이 감독은 “협회장과 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며 “교사들이 닦아 놓은 길을 학생들이 다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전국체전에서는 남자부 4위를 목표로 훈련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장애인 골볼팀은 선수 수급이 힘든 실정이다.
남자부도 선수가 부족하고, 여자부는 만들 수 조차 없다.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스포츠여서 선수 확보가 어렵고, 공이 1.25㎏에 달해 자칫 몸에 잘못 부딪히면 부상 위험까지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20대가 많은 지역에 비해 대전은 젊은층이 없고 40대가 선수로 뛰고 있다. 전국체전에서 남자부 4위를 기록해도 여자부가 없어 종합순위가 7위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이 감독은 “남자부 신인 선수를 발굴해 타지역에 뒤쳐지지 않는 골볼팀을 만들 것이다”며 “전국체전에서 종합성적을 올리기 위해 내년에 여자부를 창단, 운영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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