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사인을 훔쳤다고 오해는 할 수 있지만 상대방을 이용하기 위해 심리전을 펼친 것이라면 화가 날 것 같습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김진욱 감독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전날 LG와의 경기에서 불거진 '사인 훔치기' 논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전날 LG 선발이었던 류제국은 3회말 2사 만루 두산 오재원의 타석 때 2루 주자 최준석이 사인을 훔쳐 타자에게 가르쳐준 것이 아니냐며 어필했다.
3회말 종료 후 최준석과 1루 주자였던 홍성흔은 류제국과 대화를 나누며 사인 훔치기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전달했다.
두산은 지난 3일 문학 SK전에서도 '사인 훔치기' 논란에 휘말렸었다.
3회초 SK 투수 윤희상이 오재원에게 머리 쪽으로 향하는 위협구를 던지자 오재원이 자신의 눈을 두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마운드 쪽으로 걸어나가 포수의 사인을 보지 않았다는 손짓을 취하면서 가벼운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당시도 '사인 훔치기'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던 김 감독은 이번에도 같은 입장이었다.
김 감독은 "류제국이 오해할 만한 입장이었던 것은 이해하지만 사인을 훔친다는 것은 기본이 안 되는 것"이라며 "실제 복잡한 사인을 훔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타자가 투수의 볼을 파악하기 위해 포수를 보는 것은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나지만 주자의 '사인 훔치기'가 반드시 막아야 할 잘못된 행동이라는 데는 의견이 엇갈린다.
사인 훔치기는 한국야구위원회(KBO) 대회운영요강에 명시된 금지사항이나 아직 그런 사례가 없었고 어떻게 이를 알아내 처벌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도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형식에 불과하다.
사인 훔치기는 2루 주자가 상대 사인을 간파해 동료 타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포수의 사인을 통해 구종을 파악하고 포수의 움직임을 통해 코스를 읽는다면 타격이 성공할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야신'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은 SK를 이끌던 시절 "올림픽에서도 '사인 훔치기'는 있다"며 "세계 야구가 다 하는 것이지만 기술적으로 숨겨 상대방에게 걸리지 않아야 한다"고 '사인 훔치기'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사인 훔치기'를 막는 규정이 없다.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여겨지긴 하지만 사인 훔치기가 야구가 태동했을 무렵부터 있었던 것이고 결국 사인을 들키지 않는 쪽이 승자라는 데 대체로 의견이 모인다.
논란의 당사자인 류제국은 "예전에 SK-두산전에 대해서도 얘기를 들었고 더그아웃에서도 (주자의 움직임이 평소와 다르다는) 의혹을 제기해 신경이 쓰였다"며 "3연속 안타를 맞고 나니 그 얘기가 떠올랐고 확인 차원에서 어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준석 선수의 움직임에 특별히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2루 주자가 누구였어도 어필을 했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kamja@yna.co.kr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