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직 장관 "내일부터는 경보 관계없이 대응해야"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015760] 본사 지하 2층 종합상황실.
하계 전력수급상황실이 설치된 이곳에 휴일 정오 전력 유관기관장들이 전원 비상 소집됐다. 기관장 일부는 비상 시 착용하는 노란 조끼를 입었다.
애초 전력거래소 회의실에서 오후 4시에 개최될 예정이던 전력위기 대책회의가 한전 종합상황실로 장소를 옮겼고 시간도 4시간이나 앞당겨졌다.
상황이 그만큼 급박했기 때문이다.
특히 12일부터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빨리 국민에게 심각성을 알려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회의를 주재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상시대책으로는 위기 극복이 어렵게 됐다. 월, 화, 수 3일을 버텨야 한다. 비상한 각오로 최선을 다해달라"고 강한 어조로 지시했다.
지난주 인천화력본부 발전소와 의무절전 기업체 현장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기업체들이 의무 절전에 잘 협조해주고 있다"며 여유를 보였지만, 이날만큼은 얼굴에 결연함과 긴장감이 여지 없이 묻어났다.
다른 산업부 간부와 참석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한진현 산업부 2차관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단전은 막아야 한다"며 기관장들을 독려했다.
발전사 관계자는 "최대한 출력을 높이고 있는데 이번 주만큼은 조그마한 고장이라도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력 유관기관에서는 지난주 중반까지만 해도 8월 셋째 주에 위기가 오긴 하겠지만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1차 고비 정도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주초 장마가 끝난 이후 연일 35도 안팎의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력수요가 심상찮게 급증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전력 당국은 비상 대책을 쓰지 않으면 12일 최대 전력수요가 8천50만㎾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사상 최대 전력수요다. 8천만㎾는 전력당국 관계자들도 좀처럼 언급하지 않던 수치다.
절전규제, 산업체 조업조정, 민간자가발전 등 수급 대책을 모두 동원하더라도 예비력이 180만kW까지 떨어져 전력수급경보 4단계인 '경계' 발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비력이 20만㎾까지 떨어져 예고 없는 순환 단전이 실시됐던 2011년 '9·15 대정전' 이후 최대 위기 상황이 현실로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 간부들과 전력 유관기관장들은 이번에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순환단전까지 가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며 머리를 맞댔다.
한전 지역본부장들과의 화상회의를 잇따라 주재한 윤 장관은 "내일부터 수요일까지는 수급경보단계를 아예 고려할 필요가 없다. 경보를 보고 접속할 여유가 없을 만큼 비상이고 상황이 심각하니까 사전에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조 사장도 "오전 10시, 11시부터는 경보가 내리든 아니든 관계없이 현장절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지시했다.
한전 경북지역본부장은 "주의 단계에서 현장절전 활동에 나섰는데 내일부터는 오전 10시부터 직원들을 가동시키겠다"고 답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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