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국]피서 고(避暑 苦)

  • 오피니언
  • 시시각각

[조종국]피서 고(避暑 苦)

[중도 프리즘]조종국 서예가·전 대전시의회 의장

  • 승인 2013-08-11 13:47
  • 신문게재 2013-08-12 21면
  • 조종국 서예가·전 대전시의회 의장조종국 서예가·전 대전시의회 의장
▲ 조종국 서예가·전 대전시의회 의장
▲ 조종국 서예가·전 대전시의회 의장
행락불여좌고<行不如坐苦)란 말이 있다. 나가서 즐겨보는 것이 집에 앉아 고통을 겪는 것만 같지 못하다는 표현이다. 아닌 게 아니라 올 여름처럼 길게 찾아온 폭염기간 중에 피서행각은 그것이 천하의 고행일지언정 추호도 기쁨의 여행이거나 즐거움의 향연일수가 없다.

하기야 몇 달 전 부터 해외여행비행기 예약에 호텔예약까지 갖춘 호화판 피서 귀족들에겐 바닷가나 산장이 그저 낭만과 행복의 별천지일지 모르겠지만 중산층과 그 이하의 서민층에겐 피서(避暑), 즉 더위를 피하는 게 아니라 더위를 입거나 잔뜩 얻는 행위가 아닌가 싶다.

올 여름 필자는 주말이면 피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뒷모습을 관조(觀照)하는 수행의 길로 4대 관음성지(觀音聖地)와 강원도를 비롯해서 경상도, 전라도의 명산대찰(名山大刹)등을 두루 거쳐 땅 끝 마을에서 진도까지 다녀온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피서 철로 해수욕도 절정기에 해당되는 때라 승용차 여행인데도 괴로운 시달림을 겪었다. 승용차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 이젠 승용차는 결코 피서지의 편리한 여행수단이 되지 못한다. 인파(人波)란 말이 있지만 그 인파를 실어 나르는 게 기차도 버스도 아닌 이 승용차의 차파(車波)다.

이런 판이니 중간에서 운전부주의로 충돌사고가 한 두건 만 생겼다고 하면 30분내지 1시간 이상 차에서 기다리는 사례도 보통이 아니겠는가.

차제에 당국에 건의하고자 하는 것은 우선 영동고속도로의 차선을 현재보다 좀 더 넓히든지 1일 차량대수의 통제방법(가령 일련번호로 몇 천대 이상은 어느 행선지에 못 간다든지 하는 식으로)이라도 시행해야 할 판이다. 실제로 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국립공원에 들어갈 수 있는 정원을 정해놓고 한사람이 나와야 한사람을 더 입장시키는 사례도 있다고 하니 차량도 그런 식으로 통제함이 필요할 것이다. 차량이 이렇게 많이 몰리다 보니 휴게소 등에 주차공간은 말할 나위도 없고 식당과 매점 등 인파로 장사진을 이루는 실정이다.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대체로 피서지나 국립공원 등에 다음과 같은 너댓 가지의 문제는 이제 당국이 방관만 하지 말고 행정력을 발휘하여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 피서 인파의 조절 내지는 조정이다. 어느 유명 해수욕장이나 국립공원에만 죽자 사자 몰리는 경향을 연중 홍보나 계몽을 통하여 그리고 서두에서 지적한 차량 통제 등을 통하여 조절되었으면 하는 바램 이다. 한군데 많이 몰리기 때문에 바가지요금, 숙박난, 주차난, 심지어 각종 사건 등 민생치안 문제까지 대두되는 심각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둘째, 휴가기간의 조절 내지 안배다. 비록 7월 말에서 8월 한 달까지가 크게 더운 편이지만 휴가를 각 관공서나 회사에서 그때만 집중적으로 시행하지 말고 7월과 8월, 약 2개월간을 잡아 윤번제로 실시하거나 아예 봄 휴가나 가을, 겨울 휴가도 마련하여 연중 꾸준히 휴가객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이다.

셋째, 등산객이나 해수욕객의 환경오염 내지는 자연 파괴행위의 철저한 규제로 처벌의 강화문제다. 지금 우리나라의 좁은 국토는 그 중에서도 명산이나 좋은 바닷가는 관광객, 해수욕객이 쓰고 버리는 쓰레기, 오물 등으로 큰 몸살을 앓고 있다.

넷째, 과소비, 낭비, 사치풍조의 개선으로 올바른 레저관광문화의 확립이다. 내가 벌어 내가 한때 신나게 쓰는데 무슨 참견이냐고 하겠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엔 잘사는 사람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다. 내가 왜 뒤질세라 돈을 뿌리며 호화판 휴가를 다니는 풍조, 관광지 유원지에서 사치, 향락, 음란행위, 도박, 폭음 등등 아직도 우리는 진정한 휴가가 무엇이고 참된 피서행각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채 그저 기분대로 자유낭분하고 있는 사례가 허다한데 이점도 크게 반성하고 자제해야 할 것이다.

휴식은 휴식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기 보다는 다음의 일과 격무를 위하여 몸도 마음도 잠시 식히고 에너지를 여축한다는데 더 큰 뜻이 있는 것이다. 피곤한 피서, 몸살 날 것 같은 휴가, 괴롭고 지긋지긋한 여름이 아닌 보다 알차고 건강한 피서가 되기 위하여 보다 지혜롭게 대처해야할 시대가 온 것 같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