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교육청은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7일까지 2014년 1월 1일부터 4년간 금고 운영을 맡아줄 새 주인을 찾기 위해 일반경쟁 공고를 낸 바 있다.
하지만, 농협만이 단독으로 응찰해, 1개 은행 응찰시 재공고한다는 내부 방침에 따라 재공고키로 했다.
시교육청은 9일자로 2차 일반 경쟁 공고를 낸 뒤 21일까지 제안서를 받아 다음달 중으로 새 금고 주인을 선정할 계획이다.
1차 공고가 무산된 것으로 두고 교육계 안팎에선 이유 있는 결과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농협만이 응찰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우선 농협의 아성을 다른 시중 은행이 허물기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협은 시교육청이 개청한 1989년부터 24년 동안 단독으로 금고 주인 자리를 꿰차온 이른바 '박힌 돌'이다.
오랫동안 시교육청 '돈주머니'를 차고 있다 보니 1년의 예산 운영 과정을 손바닥 안을 보듯 꿰뚫고 있는 농협이다.
본청뿐만 아니라 농협은 시내 공립학교 100%, 1만 4000여 명에 달하는 교원의 80% 이상을 거래 고객으로 두고 있을 정도로 밑바닥 인프라도 탄탄하다.
20여 년간 교육사랑 기부를 통해 교육 당국과의 스킨십을 넓혀 놓은 것도 농협만의 강점이다.
송석만 농협 시교육청지점장은 “타 은행들이 금고 지정을 위한 시뮬레이션을 돌려 본 뒤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2차 공고에서도 뛰어들 은행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금고 재지정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물론 다른 시각도 있다.
시교육청 1년 예산은 1조 6000억 가량. 이는 대전시 충남도 등 광역 지자체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며 5개 자치구 재정 규모를 합산한 것도 비슷한 규모다.
때문에 다른 시중은행들은 '박힌 돌'을 빼내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보다 '월척 낚기'에 공을 들이는 것이 이롭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하나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은 올 연말 계약이 만료되는 5개 자치구 금고 선정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2차 공고에서도 단수 은행이 응찰하면 금고지정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해당 은행과 수의 계약한다는 방침”이라며 “신규 금고 지정은 다음달 중으로 마무리될 것이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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