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장동 대전청소년단체협의회장 |
만 18세면 대략 고등학교 3학년 나이 또래가 된다. 우리나라에서 고3이면 입시지옥의 중심에 있기에 투표권 행사의 여유가 없다는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이들 청소년들에게 표가 없다는 이유로 '입시지옥'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역설적인 주장이다. 교육제도, 입시지옥, 학교폭력, 대학등록금, 청년실업, 물가상승 등 교육문제부터 사회전반 문제까지 청소년은 가장 직접적인 정치의 이해당사자들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정책반영은 직접창구로 열려있지 않고 학교, 가정, 부모들에게 위임되어 있을 뿐이다. 한국사회에 뿌리박혀 있는 유교사관의 관점에서 잠재적 분리의식이 되어있는 '철딱서니 없는 아이들' 취급에 머물러져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불려지는 국가에서 2006년 개정된 청소년헌장에서도 '청소년은 오늘의 주인공'이라 칭하는데 사회적 정서는 '마냥 내일의 주인공으로 치부'되고 있다. 그래서 성장과정에 청소년들을 향한 국가적 정책 배려가 중요함에도 표가 없다는 이유로 정책시행의 우선순위에서는 항상 꼴찌수준이다. 오늘의 주인공 대접을 받고 성장해야 할 청소년들이 당장의 입시지옥의 병폐로 시들어 가고 있음에도 이러한 대안과 대책은 내일로 또 내일로 미뤄져만 가고 있다. 18세 이하 투표권을 법적으로 제공하는 국가수만도 189개임에도 우리는 여기에 들지 못하고 있다. 세계 90%가 넘는 나라에서 만 18세면 투표권을 행사하게 해 이미 청소년들에게 독자적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판단을 허락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있다고 하는 일본에서도 지금 선거권 18세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고 한다.
청소년들에게 세금은 내라하고 투표권을 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공론화가 필요하다. 대전지역에서는 매년 2500여명이 학교생활 부적응으로 인해 자퇴 하거나 탈락자가 생겨나고 있다. 성적순위 중심의 제도교육 틀에서 이들 학업중도포기자들이 대안교육, 취업교육 등 제도교육의 여러 가지 선택지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학교밖 영역에서 청소년들의 성장과정을 제공하기 위한 지역사회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청소년활동 현장에서 겪는 고충은 이러한 내용이 정책과제로 해결되어야 함에도 정치환경이나 정책환경에서는 관심밖에 있는 영역으로 치부되고 있을 때 자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SNS소통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정보제공과 필요한 교육환경이 학교 밖 영역에서도 갖춰져야 한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당사자들인 청소년들에게 정책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민주시민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도 선거권보장은 필연적이다.
“한국은 우수한 인재를 잘 키워낸다. 하지만 성장과정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어린시절에 행복하지 못한 인재는 불안전한 성인이 될 위험이 있다”고 말한 영국 요크대 조너선 브래드쇼 교수의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의 성적을 높이는데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그들의 삶 그 자체에는 너무 무관심하다. 현행 만 19세의 선거권을 만 18세로 낮춰 청소년들의 발언권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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