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상일 대전대 경제학과 교수 |
지난달 중순 참의원 중간 선거에서 자민당은 압승을 거두었다. 작년 중의원에 이어, 이제 참의원까지 탈환했다. 양원 석권으로 장기 집권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평화헌법 개정, 군사대국화, 전후 체제 탈각이라는 아베의 숙원(宿願)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또 과거사 왜곡, 야스쿠니 신사 참배, 독도 영유권 주장, 위안부 문제 외면과 왜곡, 교과서 왜곡 등 우리와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도 계속 어깃장을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정이 이러니 우리 국민 모두는 8·15광복절을 맞으면서 답답한 심정을 느낄 것이다.
왜 일본은 이렇게 과거 회귀적인 작태를 뻔뻔스럽게 하는 것일까? 세계 질서 변화에 대한 일본의 몰이해와 향수병(鄕愁病)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메이지 유신 이후, 특히 러일전쟁 이후 일본은 군국주의 국가가 되었다. 원래 '칼'의 나라였는데 '총'의 나라로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동양에서 유일하게 근대화 국가가 되어 2치 대전 전에는 중국을 제치고 동아시아의 맹주가 되었으며 2차 대전 후에는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하였다. 20세기는 일본은 전쟁 패배라는 큰 충격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최전성기의 100년이었다. 사할린에서부터 일본 4개 섬, 만주, 한반도, 대만, 인도네시아, 싱가포르까지 광대한 지역에 소위 대 일본제국의 깃발을 꽂았다. 군국주의(軍國主義)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1940년대 초의 일이다. 또 세계 2위 경제대국인 된 것은 미국의 협조아래 얻어진 결과이며 2010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2013년 현재 세계 질서에는 엄청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군사, 정치, 경제면에서 지난 한 세기를 군림한 미국 다음으로 2위 국가가 누가되느냐의 개편이 현재 진행 중이다. 옛 소련은 군사, 정치면에서는 미국과 대등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또 일본은 경제면에서만 제2위 국가였지만 중국에게 자리를 빼앗겼다. 이제 중국은 군사, 정치, 경제면에서 세계 2위 국가로 도약했고 앞으로 그 비중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세계 질서의 변동 속에 일본은 자신의 위상 변화를 인정하고 동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아베의 일본은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다.
아베로 대표되는 일본의 자민당 정치지도자들은 주로 군국주의 시대를 이끌었던 사람들의 후손이거나 많은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다. 출신 배경이 이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과거 일본의 위상을 회복하려고 한다. 여기에 인구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노령층이 향수병에 젖어 행사하는 투표가 일본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고 있으며 그 선봉에 아베가 선 것이다.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리지 못하는데도 계속 미련을 갖고 있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는 셈이다.
아베는 지금 일본의 젊은이에게 잘못된 길을 안내하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여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할 것이 아니라 비록 약화된 위상이지만 동아시아와 세계를 위해 일본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젊은이들에게 그 길을 보여주어야 한다. 일본은 지금 “아 옛날이여”를 부르고 있다. 그들이 향수를 갖고 있는 옛날은 불행하게도 한국과 중국인은 물론 세계 많은 사람들이 일본으로 인해 피해를 받았던 시절이다. 침략의 역사를 부끄럽게 생각해야 하거늘, 그 시절로 회귀하려는 노력은 장기적으로 본 스스로에게도 나쁜 영향이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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