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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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등단 후 6년만에 내놓는 첫 시집으로 표제작 『박카스 만세』를 비롯해 총 60편의 시를 담았다.
'갑을사회'에서 '88만원 세대'로 살아가는 청년 세대의 비애를 현실적인 시어와 현장감 넘치는 이미지로 표현한 『박카스 만세』는 “모든 희망을 담지한 주체인 갑으로부터 국지성 혜택의 한계, 조건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을로 바뀐 삶의 내력이 심리적으로 구조화되는 과정을 리얼한 관찰과 적실한 이미지”(조강석 문학평론가)로 드러낸 것이 특징이다.
특히 '박카스', '우루사' 등 '피로 완화'를 연상시키는 언어들을 동원해 역으로 회복 불가능한 현대인들의 피곤함을 포착한 것이 눈여겨볼만하다. 박강의 시 세계에서 이러한 피로를 유발하는 것은 계급적 좌절감이다.
시민에서 민중으로 올라갔다 서민으로 내려와 살아가는 서글픔을 드러낸 '위생의 제국'은 정치ㆍ사회적 주체인 시민이 역사ㆍ철학적 주체인 민중으로 고양되었다가 경제적 객체인 서민으로 전락한 것이 청년 세대가 느끼는 불안의 실체임을 보여 준다.
이러한 서민들의 마음에 내재화된 심리적 강등의 구조물이 바로 박강의 시이지만, 한편 추락을 조롱하고 낭만을 응용함으로써 한 줌 희망을 삶에 적용하는 것 역시 박강의 시다. 절망을 소망으로 이겨내는 '을'들의 노래가 우리 시대의 피로를 어루만져 줄 것이다.
박강 지음/ 144쪽 / 민음사 /8000원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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