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충남도는 서해안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빠른 예·경보를 통해 신속한 대피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서해에 '해저 지진계' 설치를 정부에 건의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지진관련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동해에 설치된 해저지진계가 제 구실을 못하는 등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정밀한 지진파 측정을 위해서는 지진파를 감쇠시키는 스펀지와 같은 작용을 하는 토양을 시추하고 나서 암반 위에 지진계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해저지진계 역시 지진파를 흡수하는 펄을 걷어내고 해저 암반 위에 지진계를 설치해야 하지만 이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돼 예산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6년 기상청이 23억원을 들여, 울릉도 남쪽 15㎞, 수심 2000m에 설치된 해저지진계는 자료의 정확성과 신빙성이 떨어져 현재는 무용지물상태다. 동해에 설치된 해저지진계가 무용지물 취급을 받는 것은 펄 속에 설치된데다가 지진탐사에 적합한 광대역 센서가 아닌 지표탐사 등에 사용되는 고주파 센서가 설치돼 관측자료의 정확성과 신빙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진전문가들은 “동해에 설치된 해저지진계 관측자료는 자료의 질이 떨어지고 의미가 없어 연구자나 관련 전공자들 대부분 이 자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해저 지진으로 생사가 걸린 일본은 수백억원을 들여 해구 암반 위에 해저지진계 1기를 설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몇십억 내지 몇백 억원이 소요되는 해저지진계보다는 서해 인근 섬들에 지상관측계를 설치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예산도 낭비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관계자는 “동해보다 펄이 더 많은 서해에 해저지진계 설치는 비효율적이다. 해저지진계 설치를 한다면 기획연구를 통해 검토해야 할 것”라고 덧붙였다.
권은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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