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 출생증명서를 조작해 쌍둥이를 낳은 것처럼 꾸민 뒤 양육수당을 타낸 김모(34ㆍ여)씨가 경찰에 적발됐다. 6일 대전 둔산경찰서 지능팀 탁자 위에 김씨 '가짜 아이' 명의로 된 출생신고서가 놓여 있다.[연합뉴스 제공] |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에게 주민등록번호가 생긴 것이다. 이 여성은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 이름으로 양육수당도 챙겼다.
어떻게 이런 범죄가 가능할까.
병원이 발행한 출생증명서로 출생등록이 이뤄지는 허점 때문이다.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을 서류로만 심사해 보험에 가입시켰다.
▲범행수법=김씨의 범행은 단순하면서 치밀했다. 인터넷을 검색해 출생증명서를 위조했고 구청직원을 속이기 위해 모성애를 자극하는 연기를 한 것뿐이다.
출생신고는 아이를 출산한 지 한 달 이내에 거주지 주민센터, 구청에 신고해야 한다. 기간을 초과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김씨도 출생신고가 늦어 5만~6만원 정도의 과태료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출생증명서를 인터넷에서 검색한 후 샘플을 참고해 위조했다. 실제 인터넷에 검색한 결과, 병원 출생증명서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병원직인 등도 그대로 위조해 사용했다. 김씨가 위조한 서류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의 한 여성병원 출생증명서다. 경찰이 압수수색한 김씨의 거주지는 아이 사진과 기저귀 등도 일부 확인됐다. 아이가 사는 것처럼 위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출생등록ㆍ형식적 심사 사각지대=공무원들도 김씨같이 서류를 조작해 신고하면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 진위 확인을 위해선 수사기관의 도움이 필요하다.
출생등록 등 업무는 형식적 심사업무다. 실질적 심사 대상이 아니다. 절차에 의해 형식요건만을 조사해 판단하는 업무다. 이에 해당 직원들에게 직무유기가 적용되지 않는다. 김씨의 범죄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출생증명서는 산부인과에서 발행하고, 지자체는 산부인과에서 발행한 출생증명서로 절차를 밟는다. 부모의 병원기록 등 첨부서류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성구청도 김씨의 행각이 미심쩍어 지난 1월 17일 출생증명서를 발급한 산부인과에 김씨의 서류에 대해 의뢰했다. 하지만, 산부인과의 답변은 차가웠다. 산부인과 측은 '병원기록은 개인정보로 알려줄 수 없다'며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출생증명서만 조작하면 얼마든지 김씨 같은 범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출생신고 등 서류심사시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 병원진료기록 첨부 등 서류를 보완해 사각지대를 줄여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조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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