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성]친구야, 밥 한번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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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친구야, 밥 한번 먹자

[중도시평]박기성 논설위원

  • 승인 2013-08-06 14:57
  • 신문게재 2013-08-07 20면
  • 박기성 논설위원박기성 논설위원
▲ 박기성 논설위원
▲ 박기성 논설위원
# 체중이 많이 나가는 여성들에게 여름철 무더위만큼이나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 가운데 하나는 다름 아닌 신체 노출이다. 요즘처럼 피서철이면 바닷가에서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고 싶은 것이 여자의 마음이다. 그러나 체중이 많이 나간다는 이유로 수영복 한번 입기가 만만치 않다. 용기를 내보고 싶어도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생각하면 자신감이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자연 바닷가로의 피서는 달갑지가 않다. 그렇다고 방콕(?)도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는다. 결국 무더위 속에서 온갖 짜증만 심해질 뿐이다. 물론 남자도 예외일 수 없다. 특히 남자 연예인들이 TV 화면에서 초콜릿 복근을 과시할 때면 남 몰래 거울 속에 자신의 상반신을 드러내고 요리조리 뜯어보기 마련이다.

# 비만 또는 다이어트와 관련해 '간헐적 단식'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간헐적 단식은 소위 '살과의 전쟁'을 벌이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간헐적 단식이란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 16~24시간 단식을 하는 것이다. 간헐적 단식에는 16:8, 5:2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16:8은 아침을 무조건 굶는 단식방법이다. 늘상 아침을 거르는 사람은 새삼스럽지 않게 이 방법의 간헐적 단식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5:2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하루 한 끼만을 먹는 다이어트법이다. 단식을 통해 16~24시간 공복력(空腹力)을 유지하는 것이 간헐적 단식의 핵심이다.

# 배가 고플 때 우리 몸속에서는 장수 유전자라는 시르투인(Sirtuin)이 활성화 돼 손상된 세포를 치유하는 시스템을 가동시킨다는 것이다. 또 이를 통해 노화의 속도를 늦추는 한편 갖가지 질병도 예방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간헐적 단식에 대한 의학적 검증은 아직 미진하다. 게다가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적지 않다. 가족 가운데 간헐적 단식을 실천하는 주부가 있을 경우 사실 남편들은 피곤하기 마련이다. 아내와 함께 식사를 하고 싶어도 간헐적 단식을 이유로 아내는 식탁에서 멀어지게 된다. 자연히 반찬이며 모든 것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남편은 그저 매 끼니마다 꼬박꼬박 챙겨먹는 식충(?) 취급 받기 십상이다.

# 간헐적 단식을 통해 몸매 관리는 할 수 있으나 자칫 사람관리에 허점을 남길 수도 있다. 특히 업무상 많은 사람들을 만나 점심이나 저녁을 함께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가운데 '밥 한번 먹자'라는 표현이 있다. 쉽게 내 뱉는 말인데도 그 말처럼 정겨운 말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특히 한국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러하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팽배해져가는 오늘날의 세태 속에서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은 타인에 대한 관심이 담긴 말이기에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게 마련이다.

# 직장인들의 경우 상사 또는 아랫사람들에게 '밥 한번 먹자'는 의미의 인사치레에 인색할 경우 두고두고 이미지 관리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곤 한다. 심지어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까지 있게 된다. 직장생활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감했을 것이다. 물론 간헐적 단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몸매 관리에 대한 간절함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러나 그런 간헐적 단식도 두 종류가 있는 만큼 직장인이라면 더 합리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16:8 방법 즉, 아침만 거르는 방법이 그것이다. 어느 가정에서나 흔히 있는, 아침 거르는 것을 실천에 옮기는 방법이다. 아울러 점심은 굶지 말고 '밥 한번 먹자'를 실천하는 것이다.

# 이를 통해 몸매 관리는 물론 원만한 인간관계까지 이어가자는 이야기다. 사실 요즘처럼 모든 것이 불확실한 때에는 '사람이 곧 힘'이란 말이 실감나곤 한다. 굳이 고전의 한 장면을 들먹이지 않아도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곧 천하를 얻는 것'과 같을 정도로, 어느 누구에게나 힘이 돼 줄 사람이 필요한 때가 바로, 지독한 불황의 시기인 요즘이다. 아니 서민들의 힘겨운 세태를 중국 고사와 짜 맞추지 않더라도 반가운 사람들과 '밥 한번 먹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육체적·정신적 힐링(hilling)임이 분명하다. 그동안 가슴에 쌓아뒀던 이야기들을 솔솔 풀어낼 때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치유의 효과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하기 힘들다. 소원했던 친구나 지인 또는 옛 동료들에게 문자나 카카오톡으로라도 '밥 한번 먹자'고 말해보자. 만나서 함께 먹는 콩국수의 시원함 못지않게, 오랜만에 나누는 깊은 정이 무더위의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치유해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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