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쯤이면 하나의 추억이 떠오른다. 바로 개구리 잡기다. 이제는 환경의 변화와 영농방법의 변화로 개구리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어떤 개구리들은 멸종위기에 처해 있어서 보호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러한 개구리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너무 많이 번식하여 눈에 띄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개구리는 한 때 메뚜기나 미꾸라지와 같이 코흘리개 어린 아이의 영양식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개구리를 잡으면 개구리 뒷다리는 구워서 어린아이를 먹이고 몸통부분은 닭이나 오리의 먹이로 쓰곤 하였다. 집짐승들의 먹이로 쓰기 위하여 개구리를 잡으러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개구리는 잡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개구리는 주로 둠벙이나 논의 물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물속을 다니면서 잡기는 어려웠다. 개구리가 번성할 때는 논의 벼도 한 참 무성할 때여서 더욱 그랬다. 회초리 등으로 잡을 때는 논이나 둠벙의 물속에서 나온 뒤 둑 위에서 쉬는 개구리를 노려야 했지만 개구리는 마치 잠든 것처럼 눈을 꿈벅꿈벅하다가도 인기척이 나자마자 긴 다리를 이용하여 물속으로 펄쩍뛰어 든 뒤, 물 위에 둥둥 떠서 네다리를 쫙 벌리고 툭 튀어나온 눈을 껌벅이며 바라볼 때는 마치 우리를 꾸짖는 것도 같고 “날 잡아봐라”하면서 숨바꼭질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개구리를 효율적으로 잡기위해 고안한 것이 바로 개구리 총이었다. 개구리 총은 얼마 전에 흔히 사용하였던 대나무 비닐우산이 못쓰게 되면 가운데가 텅 비어있는 대나무 우산대에 가로 홈을 길게 파고 고리 홈을 만든 다음에 굵고 기다란 철사 끝을 뾰족하게 갈아 대나무 우산대에 끼우고 고무줄을 걸고 당겨서 고리 홈에 건 다음, 물속에서 숨바꼭질하는 개구리를 겨냥하여 쏘면 훌륭한 개구리 총이 되었다. 이렇듯 생활 속에서 새를 잡을 때는 고무줄 새총을, 개구리를 잡을 때는 개구리 총을 필요에 따라 나름대로 고안하여 활용하였다. 개구리 총과 함께한 개구리 잡이는 이제 추억어린 한 장면이 되었지만 멀지 않은 옛 생활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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