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대전시민대학 뜨거운 열기… 평생학습 새흐름”

[중도초대석]“대전시민대학 뜨거운 열기… 평생학습 새흐름”

여름학기 수강생만 1만 500여명 등록… 매서운 질문, 강사들 깜짝 놀라기도 자치구와 중복, 보편적 개념 접근해야… 관주도 부담되지만 선진국 지방정부 역할 커

  • 승인 2013-08-06 13:55
  • 신문게재 2013-08-07 11면
  • 대담=이승규 부국장ㆍ정리=임병안 기자대담=이승규 부국장ㆍ정리=임병안 기자
●전국 첫 지자체 시민대학 탄생 숨은주역-연규문 대전평생교육진흥원장

대전시민대학이 옛 충남도청사에서 개교한 지 한 달이 됐다. 공무원들이 떠난 도청사는 이제 시민들이 인문학을 배우거나 외국어를 익히고 악기를 통해 즐거운 일상을 되찾고자 방문하는 배움터가 되고 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재단법인 형태의 평생교육진흥원이 만들어지고 여기서 시민대학을 잉태해 옛 충남도청사에 있기까지 숨은 노력자가 있다. 연규문 대전평생교육진흥원장을 만나 대전시민대학 개교 한 달과 평생학습이 나아갈 길을 들어봤다.

▲ 사진=손인중 기자 dlswnd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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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손인중 기자 dlswnd98@

-시민대학이 문을 연 지 한 달이 됐습니다. 평생학습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지난달 8일 시민대학을 개교를 하고 보니 시민들의 학습 열기가 뜨거워 놀랐습니다. 매일 강의실을 순회하며 시민과 강사들을 만나 이야기하는데 강사들이 시민들의 학습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강의준비에 두 배 더 노력해야 한다고 하소연할 정도입니다. 수강생들이 취미나 여가 등의 수준으로 여기고 온 강사들은 대학보다 뜨거운 수강열기에 질문까지 매서워 긴장을 놓을 수 없다고 합니다. 이것은 대전시민대학 평생학습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학습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수강생들의 주축을 이루는 연령대가 경험과 의욕이 많은 40대라는 점도 원인일 수 있을 것입니다.”

-지방자치단체중 시민대학을 처음으로 만들고 운영한다는 점에서 본받을 사례가 없어 걱정이 앞섰지 않았나요.

“시민대학을 만든다는 데 처음부터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평생학습진흥원에 시민대학을 설립하고 개강까지 숨가쁘게 달려왔습니다. 평생교육법에 의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평생교육진흥원이 만들어진 게 2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 중 대전시가 시민대학을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국가적 평생학습 과제를 대전에서 앞장서 나가는 셈입니다. 이를 위해 발가락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이곳저곳을 찾아다니고 바쁘게 다녔는데 덕분에 규모나 운영, 교육의미 측면에서 명실상부한 시민대학이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비전을 가지고 행동하면 기적이 일어난다는 말처럼 평생학습에 목표가 있었고 이를 위해 정책을 구체화하고 실행해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민대학을 관이 주도해 운영하지 말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운영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는 게 아니다. 그만큼 주위의 시선이 무겁게 느껴진다고 할까. 이에 대해 연규문 원장은 할 말이 많았다. 그리고 작심하고 시민대학의 역할을 설명했다.

“시민대학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려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해서 자발적 참여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선진국의 평생학습 사례를 찾아보면 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평생학습을 우리보다 먼저 시작한 나라에서도 시민들에게 평생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역시 정부나 지방정부입니다. 대전시민대학에서 요리강습에 참여한 한 할머니에게서 온 편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그 할머니는 호주에서 살고 있는데 그곳에서 평생학습에 참여하려면 원화로 수십만원 상당의 수강료를 부담해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곳 대전시민대학에서는 원하는 강의를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합니다.”

▲ 대전시민대학 60대 수강생이 호주 멜버른 평생학습기관 경험을 바탕으로 대전시민대학이 저렴한 수강료에 다양한 강좌를 갖추고 있어 감사하다며 보낸 편지.
▲ 대전시민대학 60대 수강생이 호주 멜버른 평생학습기관 경험을 바탕으로 대전시민대학이 저렴한 수강료에 다양한 강좌를 갖추고 있어 감사하다며 보낸 편지.
평생학습기관 운영주체가 사회기관일 수는 있으나 정부가 전체 재원의 60~70%를 보조하는 형태다. 호주 멜버른에 있는 평생학습기관은 수강료가 주 1회 15주 강의에 30만원 정도 하는데 대전시민대학에서는 1만~5만원 선에서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자치구에서도 평생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두고 중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꼭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평생학습은 중복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평생학습이 선택과 집중의 논리로도 해석되어서는 안됩니다. 평생학습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개념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내가 필요한 학습이 가까운 곳에 있어 이용할 수 있게끔 하는 게 평생학습의 정신에 맞는 것입니다. 동구나 서구에는 평생학습센터가 있어 그곳 주민들은 가까운 곳에서 원하는 평생학습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중구 원도심지역에는 평행학습기관이 없어 주민들은 흔한 노래교실이나 오카리나 악기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대덕구나 동구지역의 평생학습 참여자들이 모두 시민대학으로 모이는 것도 아닙니다. 자치구의 평생학습센터나 시민대학은 각자 특성화를 추구해야지, 평생학습이 중복되니 하지 말라는 논리는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어느 식당에 가서도 김치는 똑같이 나오지만, 이런 걸 중복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처럼 평생학습도 공공성과 일반성이 주가 돼야 합니다.”

-대학에서는 각종 인문학 학과가 사라지는 등 인문학의 위기라고 하는데 대전시민대학의 여름학기 강좌를 보면 어학과 인문학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대전에는 현재 10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 숫자는 1만5000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대전이 국제도시라고 하는데 국제적 도시를 추구하는데 시민문화도 그에 맞아야 한다고 봅니다. 외국어는 그 나라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자 동등해지려는 노력입니다. 여름학기동안 25개 언어 강좌를 개설해 현재 23개 언어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어는 인기가 많고 이탈리아어, 헬라 히브리어, 터키어, 말레이사어 등 다양합니다. 이같이 언어와 인문학을 다양하게 개설한 것은 시민대학이 갖는 공공성과 관계있습니다. 많은 시민이 찾는 과목은 아니지만, 공공성을 위해 시민대학이 앞장서 강의를 개설하고 수강생을 모집한 것입니다. 거기에는 대전시민들이 시민대학의 공공성을 이해하고 인문학에 관심을 두리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시민대학 캄보디아어 강의에 65세 된 할아버지가 자신이 매달 후원하는 캄보디아 아이와 대화하고 싶어 수강을 신청한 것처럼 인문학을 향한 시민들의 반응이 속속 오고 있습니다.”

-충남도청사때에는 후생관 정도로 불리던 건물 이름에 '장암', '백야' 등의 역사적 위인들의 호를 붙였는데요, 이유가 있나요.

“충남도청사는 일본강점기에 지어진 건물로 침략의 본거지이자 대전ㆍ충남 근대화의 역사적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평생학습이라는 특성을 생각해 일제에 저항하며 항일운동을 벌인 위인중 충청권 출신이자 풀뿌리 교육에 노력하신 분을 찾아 그분들의 호를 빌려왔습니다. 농민을 깨우쳐야지 독립을 찾는다며 농민교육에 노력한 윤봉길 의사의 호를 빌려 매헌관이라고 했고, 김좌진 장군의 호 백야 ,그리고 지헌영 선생의 장암을 각각 사용했습니다.”

-시민대학은 원도심활성화의 수단과 떼어 생각할 수 없을 텐데, 지난 한 달 주변의 변화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여름학기에만 1만500여명이 시민대학 수강생으로 등록했습니다. 텅텅 비어 있던 충남도청사에 1만명이 오간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오후 7시쯤 회사원들이 퇴근후 평생학습을 위해 시민대학에 종종걸음으로 모여드는 모습에서 앞으로 원도심활성화의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시민대학이 뿌리를 내리고 정착해 수강생이 지금의 2배 수준으로 늘어난다면 이곳을 지켜보는 분들이 감탄사를 연발할 정도로 변화가 눈에 보일 것입니다.”

-시민대학을 계기로 대전 평생학습이 이제 본 궤도에 올라선 상태인데요, 앞으로 대전시민대학과 평생학습에 발전방향은 어떻게 보십니까.

“대전시민대학은 앞으로 큰 그릇이 될 것입니다. 시민들이 원하는 평생학습이 있다면 이곳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독특한 강좌도 개설해 나갈 생각입니다. 시민들의 수요에 맞춰 평일 낮은 기본이고 야간과 주말에도 강좌를 배치했고, 이를 통해 지역 평생학습의 한계를 뛰어넘을 계획입니다. 대전에서 평생학습에 한 번이라도 참여한 참여율이 8.8%입니다. 연인원으로 환산하면 13만 명 정도가 됩니다. 여름학기에만 1만 명이 수강을 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대전의 평생학습은 크게 성장하리라 기대합니다. 다만, 강좌마다 수강생 수를 계산하는 통계잡는 방식의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해 새로운 강의를 개설하고 시간을 조정할 예정으로 시민대학에 대한 많은 시민의 관심과 조언을 기대하겠습니다.”

●연규문 원장은…
-1954년생
-대전고등학교 졸업
-한남대학교(숭전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호주 뉴 사우스 웨일즈 대학교 교육학 석사
-호주 뉴 사우스 웨일즈 대학교 교육학 우등석사
-호주 뉴 사우스 웨일즈 대학교 철학박사
-한남대학교 동남아연구소 수석연구원
-대전광역시 국제협력 전문위원
-을지대학교 교수
-대전발전연구원 이사
-대전광역시 비서실장
-한남대학교 교수
-대전발전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대전평생교육진흥원 정책기획부장
-대전평생교육진흥원 시민대학본부장
-2012년 평생교육 유공 교육과학기술부장관

대담=이승규 부국장ㆍ정리=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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