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무살. 부여에서 태어났다. 무책임하고 방랑벽이 있던 아버지는 어머니와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사춘기에 들어서자 아버지와 불화를 겪는 어머니가 미웠고 품삯을 받아 겨우 생활하는 모습이 우스웠다.
방황하다 고등학교를 자퇴했고 지난해 한 남성과의 일회성 만남으로 임신까지 이르게 됐다. 남성의 전화번호와 이름은 모두 가짜였고 사는 곳도 몰라 연락할 방법이 없었던 상황. 아이를 출산 후 입양을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막상 2.65kg 저체중으로 태어난 아기의 얼굴을 보니 떼어놓을 수 없었다.
아이를 기르기로 어렵게 결심했고 홀트아동복지회의 미혼모자시설 ‘아침뜰’에 입소했다. ‘부모’가 되어보니 자신이 무시했던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을 깨닫게 됐다. 어머니께 용서를 빌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도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고졸 검정고시에 도전, 합격했다. 간호조무사가 되고자 하는 목표도 생겼다.
그러나 홀로 아기를 키우기에 세상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학원비에 교재비, 교통비와 식비까지 한달에 최소 130만원은 있어야 하는 상황. 막막한 그녀에게 국제소롭티미스트 뉴대전클럽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왔다. 지난달 11일 장학금 수여식을 갖고 결연을 맺은 날, 아기를 품에 안은 그녀는 모처럼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돈'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은 '나눔'이라고 하지만 대전의 기부문화는 타지역에 비해 상당히 열악한 편이다.
2012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 현황에 따르면 대전은 72억여원을 모금, 전국 16개 지회 중 14위, 꼴찌에서 세 번째를 차지했다. 충북의 73억여원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충남은 132억9800여만원으로 전국 4위를 기록했다.
게다가 대전은 2007년부터 모금액이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매년 목표달성은 했지만 크게 늘어나지 않는 편이다. '십시일반' 개인의 기부에 크게 의존하는데다 목돈을 기부할만한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금 기부액 46억 중 개인 모금이 23억원으로, 기업모금 23억원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1000원짜리 CMS 자동계좌이체를 통한 모금이 가장 많으며 매월 고정으로 자동계좌이체를 통해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는 개인은 약 3만명 정도다.
타지역에 비해 개인기부는 활발한 편이지만 고액기부나 기업기부는 상당히 저조하다. 1억 원 이상을 기부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아너소사이어티’(고액기부자 클럽) 회원은 6월12일 현재 전국 300명 회원을 달성했으나 대전은 8명에 그치고 있다.
기업들의 기부도 부진하다. 대기업은 본사가 있는 서울에서 기부를 총괄하고 있고 중소기업들은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 선뜻 기부를 하겠다고 나서지 못하고 있다.
대전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오세헌 모금사업팀장은 “대전에는 대기업보다도 중소규모 기업들이 많아서, 이들 기업의 기부문화 조성을 위해 ‘착한 기업’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오 팀장은 “기부는 처음이 어렵지 한번만 시작하면 꾸준히 하게 되는 만큼 중소기업들이 소액이라도 기부를 시작하는, 계기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며 “중소기업 CEO들의 기부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기부 안내전화 :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042-347-5171.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042-489-8495.
김의화 기자 Ap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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