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지난 정부에서 고삐 풀린 수도권 정책으로 일부 기업들은 이전 계획을 보류하거나 재검토하고 있다. 이전했던 기업마저 수도권 역류 움직임이 현실화되는 판에 수도권 규제완화 및 성장관리체계 구축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 존(지역)이 아닌 기능별로 접근해 수도권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말의 허구성을 미리 확인하게 된다.
보다 표면화된 현상은 수도권에서 충남으로 이전하는 기업이 2010년 200개에서 2012년 69개로 급감 추세를 보이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충북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물론 모든 탓을 수도권 규제완화로 돌리는 것은 잘못된 분석이다. 산업단지 분양 차질의 경우는 공급량 증가도 한 원인이지만 수도권 규제완화 여파에 비해 그다지 중요한 변수는 아니다.
지역 입장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지역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부분이다. 수도권 규제가 유일무이한 지역발전의 해법은 아니더라도 현실적인 영향력이 큰 전제조건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왜곡된 인식으로 수도권 규제의 큰 틀을 깨려 해서는 안 된다.
그 어떤 구실과 명분, 가령 기업의 투자 활동 촉진이나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 발전도 수도권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방법을 쓰면 지방에 대한 악영향은 필연적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밝힌 산업단지 입지정책 수정 방침에 지방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역경제를 후퇴시킨다는 뚜렷한 사실 외에 수도권 과밀과 국토 불균형 측면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역은 지금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구분하지 않고 기능별로 접근해 규제를 푼다는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해명에도 대전과 충남, 충북 등 지자체들이 반발하는 이유가 있다. 설령 직접적인 수도권 규제완화가 아니더라도 '지방 죽이기'가 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경기 회복이 급하다고 국가균형발전의 가치를 내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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