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언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
몇 해 전 발표된 한 논문의 내용이다. 이 논문은 서울 및 6대 광역시의 창조성 지수와 그 산업 및 문화발전의 잠재력을 살펴봄으로써 도시재생전략 수립을 위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도시재생전략 수립을 위한 도시의 창조성 지수 개발에 관한 연구 : 김영인·여홍구, 2009]
지난 글에서 필자는 지역 창조성의 첫 번째 잣대는 그 지역이 새로움과 다양함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한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수적인 이러한 창조적 수용성은 젊은 예술가들이 얼마나 충분히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느냐와 비례한다, 라고 썼다. 그리고 물었다. '(지역 도시들이) 창조적인 젊은 예술가들을 얼마나 받아들여 왔는가'
이어 예술인들 스스로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청산 과제'로 '정실주의와 부패'를 지적하고 있음에도 정작 그 비율은 2009년보다 오히려 5.6%포인트가 높아진 '2012년 문화예술인실태조사'를 소개하면서, 창조적인 젊은 예술가들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는 데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예술 자체의 진보와 진화, 또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해서 젊은 예술가들의 탈지역은 막아야 한다고 마무리하였다.
지식경제시대는 지식 자체를 중시하다 보니 대부분의 사회 역량이 지식의 탐구와 축적에 집중된다. 생각해 보면 그러나, 지식의 진정한 의의란 지식 자체보다는 그 지식이 생산적인 다른 가치로 바뀌는, 즉 지식의 창조적 전환에 있다. 이에 필요한 것이 예술의 창의력과 상상력이다. 바야흐로 도래한 창조경제시대의 중요한 방법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도시란 인간의 창조적 욕망이 뿌리 내리고 꽃 피어난 곳이다. 한 도시의 높은 정주성은 원숙한 아름다움과 안정적인 작품성을 획득한 중진 이상의 예술가들에게 힘입는 바 크지만, 그 정주성의 지속적인 유지를 위해서는 젊은 예술가들의 창조성이 늘 발현될 수 있어야 한다. 도시 창조성의 젖줄은 젊은 예술가들에게 닿아 있기 때문이다.
앞 논문에서 우리는, 대전에 창조적인 문화인재의 유입을 독려할 수 있는 문화전략이 필요하다는 대목에 주목한다. 대전 이외 지역으로부터 들어옴이 유입이기는 하지만, 대전을 터전으로 하는 젊은 예술가들이 대전을 떠나지 않도록 함이 우선이다. 다시 말해 예술가로서 대전에 뿌리 내려도 얼마든지 꽃 피어날 수 있도록 함이 더 중요하다.
젊은 예술가들에게는 충분한 장(場)과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이에 예술계는 눈에 보이는 공간과 손에 잡히는 보조금을 확대하는 공공지원정책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맞는 말씀이다. 그러나 한편, 이 자리에서 우리, 냉정해져 보자. 젊은 예술가들의 창조성을 본의 아니게 억누르면서도 짐짓 모른 체해온, 우리 스스로가 쌓아올린 벽, 우리 스스로가 깔아놓은 늪은 없는가.
우리나라 거의 대부분의 지역 예술계가 결여하고 있는 것은 바른 비평 풍토이다. 그러니 작품의 질보다는 예술가들끼리의 이러저러한 연(緣)이 중시된다. 대추나무가 제 가지에 연줄을 걸 듯 다른 예술가들을 얽어매려는 일부 반문화적 태도들은 도시의 창조성을 높이는 데도,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데도 장애가 될 뿐이다.
온갖 끈을 다 풀어놓고 작품성을 으뜸으로 삼으려는 엄정한 비평 풍토야말로 창조적인 예술의 가장 훌륭한 무대이며, 나아가 지역 예술의 진보와 진화, 그리고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한 결코 썩지 않는 소금이 될 것이다. 우리 다 함께 솔직하게 생각해 보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