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묵]중산층의 중용적 가치와 사회통합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원묵]중산층의 중용적 가치와 사회통합

[목요세평]이원묵 한밭대 총장

  • 승인 2013-07-31 14:06
  • 신문게재 2013-08-01 20면
  • 이원묵 한밭대 총장이원묵 한밭대 총장
▲ 이원묵 한밭대 총장
▲ 이원묵 한밭대 총장
역사 속에는 항상 그 시대를 유지해온 가치 철학이 담겨있다. 고대 그리스나 로마시대는 군신관계의 충성심과 강력한 국가관이 그 사회의 중심적 지배가치였고,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과 학문의 가치, 그리고 16세기 계몽주의 학자들에 의한 자유와 합리성의 실용적 가치, 18세기 신대륙시대의 개척정신과 근검절약의 청교도적 가치가 오늘의 서구사회에 큰 영향을 주었다. 동양에서는 중국의 자학과 경학을 바탕으로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으로 발전된 유학중심의 중용적 가치가 동양의 문화를 유지해왔다. 중국철학자 펑유란이 지은 『중국철학사』에서 “시대는 영웅을 만들고 영웅은 시대를 만든다”고 하였다. 역사적으로 그 시대의 보편적 가치기준이 그 사회를 끌어가고 있기 때문에 시대적 사조로서 흥망성쇠와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다. 특히 사회의 중간위치에서 살아가는 국민의 표징인 중산층의 생활 가치가 사회의 보편적 가치기준을 만들고 이것이 그 사회를 유지 발전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지속적인 발전과 국민행복 시대를 만들기 위해선 중산층의 보편적 가치가 우리사회에 정착되고 건전한 시대정신이 뿌리 내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지속된 우리사회의 극단적 대결구도로 인하여 여론 주도세력인 중산층이 무너지고, 사회가 양극화됨에 따라 중산층의 보편적 가치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나라마다 중산층의 가치는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얼마 전 어느 인터넷여론조사 발표가 흥미롭다. 미국시민은 중산층을 “자기주장을 떳떳하게 하고,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며, 사회적 약자를 지켜줄 수 있는 계층”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영국도 유사하게 “자신의 신념과 주장을 지키고, 법과 정의를 지키는 계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 프랑스국민은 “외국어 1개 이상 능통하고 스포츠와 악기 1개 이상 즐길 수 있으며, 요리 솜씨도 갖추어야 할 뿐만 아니라 공분에 저항하고, 국가에 헌신적인 계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중산층은 매우 다르다. “부채없는 아파트 30평 정도에 월 500만원 수입과 일 년에 한 번 정도 해외여행 할 수 있는 시민”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소시민적 가치관에 멈춰있을 뿐 “법을 지키고 정직한 시민으로서 경제생활에 충실한 중간적 계층”과 같은 선진국형 중산층 개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요즘 우리 사회는 사회갈등으로 양분되어 중산층이 점점 엷어지고 있다. 정치권은 NLL 문제로 여야 간에 진실공방 게임으로, 보수와 혁신세력은 극단적으로 대립하여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빈부의 격차가 가속화되어 사회복지와 반값등록금 문제처럼 사회갈등으로 표출되고, 청년실업문제가 노소간 세대갈등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과학기술자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자연적인 물리화학적 변화에는 항상 전이 상태가 존재한다. 마치 철광석으로 철근을 만들기 위해선 용광로의 쇳물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최고 우수한 품질의 철근을 만들기 위해선 전이 상태인 용광로의 정교한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칼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이론도 노동과 자본의 양극적 대립이론에만 치중하여 전이 상태인 중간층이 경시됐기 때문에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사회의 갈등과 불신을 치유할 수 있는 사회의 전이 상태 계층이 바로 중산층이다.

우리는 조선의 유학을 바탕으로 한 중용지도(中庸之道)의 우수한 가치문화를 갖고 있다. 중(中)은 양극(兩極)의 합일점이고, 용(庸)은 영원한 상용성(常用性), 즉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변하지 않는 진리다. 중산층의 중용적 가치가 두터우면 갈등은 전이 상태의 용광로에 녹아서 자연스럽게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희망의 새 시대, 국민행복시대”를 여는 것은 사회통합이 우선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국가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폭넓은 중산층이 필요하다. 펑유란의 『중국철학사』를 탐독하신 박대통령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중용적 가치를 지닌 폭넓은 중산층으로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고, 또 그것이 우리나라가 일류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이란 것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