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병호 배재대 문화예술콘텐츠학과 교수 |
하지만 우리가 놓친 분야는 '아베노믹스의 3개 화살' 중 마지막, '국가전략특구'이다. 일본은 지금까지 특구 정책의 효율성을 재검증하기 위해 아베 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국가 전략 특구 자문회의'를 설치하였다.
아베 총리는 3개 대도시권, 도쿄도(東京道), 오사카부·시(大阪府·市), 아이치현(愛知縣)에 해외투자 확대, 해외 유명 대학(학교)유치, 각종 규제 대폭 철폐 등 개혁조치를 추진할 예정이다.
도쿄도는 24시간 가동하는 국제도시와 첨단 의료 도시로 발전시키며, 오사카부·시는 첨단산업을 육성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며, 나고야시가 포함된 아이치현은 항공우주산업 육성과 함께 아시아 최저 수준으로 법인세를 낮추고, 해외 고급 엔지니어 채용 기준을 완화하는 대대적인 규제개혁을 준비 중이다. 아베 총리의 국가전략특구 계획은 지원조치, 지역선정, 중앙 정부의 역할에 있어서 일본의 기존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의 새로운 국가전략특구에서 중앙정부의 역할은 기존의 소극적 조정자 입장에서 과감한 개혁자로, 더 나아가 총리 자신이 직접 주도하며 변화를 리드하겠다는 의지가 두드러진다.
그러면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 10년 되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인천, 부산-진해, 새만금-군산 권 등 8개의 경제자유구역이 지정을 받았고, 3개 연구개발 특구(대덕, 대구, 광주)가 가동 중이며 2군데(전북, 경남)의 연구개발 특구가 신청되어 있는 상태다.
특구 현실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결코 희망적이지 못하다. 이미 지정된 특구들이 사업 실적이 저조하고 구조조정을 당하는 상황에서 다른 한 쪽에선 특구 지정이 계속된다. 연구개발 특구나 경제자유구역이 총선, 대선 등 선거공약에 지나치게 연계되어 정치권의 영향력을 크게 받아 온 것이다.
2005년 국내 1호로 지정받은 대덕 연구개발 특구 이후 2011년 지정받은 대구, 광주는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 공약이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특구의 수가 많아지는 만큼 그 특별함의 차별성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도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특구 전략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조건을 충족하면 사업을 신청할 수 있고 가이드 라인에 맞으면 지정한다는 태도로 사업을 이끌어 온 것이 지금의 상황을 만든 원인 중의 하나다.
대덕 연구개발 특구는 40년의 역사를 가지고 국가 연구개발의 역량이 총 집중되어 있다. 대덕 연구개발 특구의 장점은 기술의 다양성이다. 하지만 늘 지적되는 문제는 기술 잠재력이 사업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모델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정책의지를 반영하는 대덕연구개발 특구지원본부, 지자체 대전시청, 창업 및 사업 지원기관 등 진흥 행정 체계가 따로따로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점도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년 장기 불황을 국가전략특구를 통한 과감한 개방과 개혁으로 탈출하려는 일본, 반면 창조경제라는 국정지표가 내용 없는 슬로건으로 되가는 한국. 우리보다 초 고령 사회 일본에서 오히려 청년의 결기를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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