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지역에서 별 문제 없이 설립된 공립형 대안학교가 대전에서는 주민들의 반발로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주민들이 대안학교를 문제아 수용학교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전시교육청도 주민들을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할 의무를 포기하고 있다. 올초 대전교육청이 '요재미학교(국제학교)' 초등과정을 인가해 월 순수 학비만 100만원인 '귀족형 대안학교 설립'을 승인해줬다고 해서 곤욕을 치렀다.
본보는 대안학교 설립을 위해서 반복되는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살펴봤다.
▲ 대전시교육청의 대안학교 설립 예정지역이었던 대전 용문동 주민들이 지난해 4월 5일 시교육청 앞에서 대안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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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전교육청은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서구 용문동에 설립 예정이던 대전용문학교(가칭)에, 대안교육과정을 제외하고 직업교육과정만 운영하기로 결정, 첫 공립형 대안학교 설립을 유보시켰다.
대전 교육청의 대안학교 설립은 파행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무산되고 있다. 지난 2011년 유성구 성북동 방성초 자리에 기숙형 대안학교를 설립하려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데다 대전시가 이 일대에 대단위 관광레저스포츠단지로 조성하겠다고 밝히자 사업을 중단했다. 지난해 용문초 예정지에 대안학교 설립을 추진해왔다. 동구 자양동의 대전기술정보학교를 이곳으로 옮기면서 대안교육과정도 포함시키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곳 역시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앞서 2009년 대전교육청이 '위스쿨 설립추진단'을 구성해 2011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시에서 예산 지원에 난색을 표함으로써 상당 기간 표류했다. 옛 충남도청 부속건물에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인 (가칭)'대전창의센터' 건립을 추진했지만, 이 역시 대전시가 발목을 잡았다. 자치구도 과학고 이전·설립에는 구의회까지 나서서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지만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현재 학교중단위기 학생을 위한 미인가 대안학교 시온학교(천동)ㆍ은석학교(가장동), 미혼모 학생 교육 아침뜰, 기숙형 Wee센터(송촌동ㆍ중리동) 등이 대전시교육청 지정 위탁형 민간 기관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교원확보율, 시설요건, 커리큘럼 등이 기준에 턱없이 미달하고 있다고 일각에서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한 전교조 등 일각에서는 대전시교육청의 '요재미학교(국제학교)' 초등과정 인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요재미학교를 무늬만 대안학교일 뿐, 실상은 국제중ㆍ고 입시 및 해외유학 준비 기관이나 다름없는 전형적인 귀족학교라는 우려의 시각도 높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지난 2월 “요재미 학교는 무늬만 대안학교일 뿐, 실상은 국제중ㆍ고 입시 및 해외 유학 준비기관이나 다름없는 전형적인 귀족학교”라고 주장했다.
▲ 지난해 3월 7일 김황식 총리의 특강을 기다리는 법동중(교장 이선원)의 '드림 클래스'(대안학급) 교실이 시작 전부터 시끌벅적하다. 드림클래스는 법동중 내의 작은 대안학교로, 학생은 19명(남자 11명, 여자 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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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교육청은 정원 60명 규모로 위스쿨 설립을 구상 중에 있다.
학생들은 기숙사를 갖춘 위스쿨에서 3개월~1년 동안 체류하면서 교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운영은 위탁교육기관 공모를 통해 적정하다고 판단된 곳에 맡길 계획이다.
다만, 위스쿨 부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시교육청은 올 하반기부터 주민공청회, 설계용역, 공사, 위탁기관 공모 및 선정 등의 과정을 거쳐 2015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위스쿨은 초중등교육법 28조 및 동법 시행령 54조에 따라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기 어려운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상 필요한 시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설립된다.
학교폭력, 학습부진, 성격장애 등으로 기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차별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대안학교는 학업포기자 등을 대상으로 하며 학생들은 재학 중이었던 학교가 아닌 이곳에서 졸업하는 반면, 위스쿨은 기존 학교에 적을 두고 위탁형식으로 이곳에서 심리 상담과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교육기간이 끝난 이후에는 원적 학교로 복귀한다.
2010년 초부터 생겨난 위스쿨은 현재 충북, 충남 광주 인천, 강원 등 5개 시·도에 이미 들어서 있다.
교육부는 전국 각 시ㆍ도교육청에 위스쿨 설립을 권장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위스쿨은 대전에 반드시 필요한 교육시설로 시교육청이 의지를 갖고 추진 중”이라며 “지역 주민과 유관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지역협조·공감대 형성 시급=학업 부적응 학생을 위한 대안교육 기관인 위스쿨 설립과 관련 지역사회의 협조와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위스쿨은 대안학교와 달리 학교 원적을 유지하면서 위탁교육 형식으로 3개월에서 1년 동안 체류하며 대안 교육과 심리 상담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다. 때문에 학업중단율이 전국 최고 수준인 대전 지역 상황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대안 교육 인프라다. 이번 국비 확보로 대전교육청의 위스쿨 설립 계획에 청신호를 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지역 주민과 지역 사회의 공감대를 얻는 것이다.
실제 대전교육청은 지난해 공립 대안학교와 기술학교가 결합된 '용문학교'를 서구 용문동에 설립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른바 '문제아'들이 모여 있는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이 아직 일부 주민들이 갖고 있는데다가 지역 이기주의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대구교육청도 올 8월 개교 목표로 100명 정원의 기숙형 위스쿨 설립을 추진해오고 있지만, 일각의 반대로 기본 계획이 표류 중이다.
교육당국이 대안교육 기관 설립에만 몰두한 나머지 지역 주민과 사회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부족해 이같은 일이 벌어진 셈이다.
대전교육청이 향후 위스쿨 설립과정에서 '용문 학교'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국회의원, 대전시, 시의회, 지역 주민 등 민·관·정 협조체계 구축이 시급한 이유다.
전교조 관계자는 “위스쿨은 결코 혐오시설이 아니며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주민들의 잘못된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며 “교육 당국도 시민들의 의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용란 복음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교육 당국의 대안학교 설립 추진 과정 중의 미숙함과 주민들의 대안교육에 대한 인식부족 등을 들 수 있다”며 “주민 역시 청소년들의 교육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로 인식의 전환을 가져와야 하며, 지역 이기주의를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주영·강제일·배문숙 기자 moons@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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