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연꽃과 개구리의 인연은 남다른 데가 있어 보인다. 연꽃이 등장하는 여러 가지 공예품이나 그림에는 어김없이 개구리가 등장한다. 연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생명을 상징한다. 늪지의 혼탁한 물속에서 피어나는 청초한 연꽃을 일러 “군자의 꽃”이라 하기도 했다. 모든 종교를 초월하는 꽃으로 인식되고 있다. 백제대향로를 비롯하여 연꽃받침은 물론이고 심청전과 같은 소설, 민화 등에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연꽃이 지고 나서 맺힌 연밥에는 많은 연꽃씨들이 박혀 있어서 자손의 번창을 비는 뜻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연꽃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바로 개구리다. 개구리는 선사시대 바위그림에서부터 삼국유사의 선덕여왕 설화 등 우리 역사의 첫머리에 등장한다. 개구리에 얽힌 이야기도 많이 남아 있다. 특히 개구리는 날씨를 예견하는 짐승으로도 알려져 있다. 개구리가 집안으로 들어오면 날이 궂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는 개구리가 집안으로 들어오곤 하였다. 이러한 개구리의 생태가 비를 예견하는 짐승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부모님 말을 잘 안 듣고 엉뚱한 짓을 하는 아이들을 청개구리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했다. 어머니 말이라면 듣지 않고 어머니께서 동으로 가라하면 서로 가는 청개구리가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게 되자 산에다 무덤을 써 달라고 하면 들에 무덤을 쓸까봐 걱정이 되어 말 안 듣는 청개구리를 불러 놓고 무덤을 들에다 써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청개구리는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이번만큼은 어머니의 말씀대로 들에다 무덤을 썼다고 한다. 그런데 비만 오면 어머니 무덤이 물에 잠겨 떠내려갈 위기에 빠지곤 하였다. 그래서 청개구리는 어머니 무덤이 물에 떠내려가면 어떻게 하나 조바심하면서 지금도 목이 터져라 울어 댄다고 한다. 그 밖에 작은 개구리가 소처럼 커다랗게 되고 싶어 숨을 몰아쉬어 참으면서 배를 불리고 불리다가 그만 배가 터져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듯 연꽃과 개구리는 많은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연꽃과 개구리 전시가 주말부터 열린다. 연꽃과 개구리를 보면서 개구리 소리를 내보려 입안에서 혀를 모아 개고르르 굴리던 추억에 잠겨보자.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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