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무더위와 장마가 오락가락하면서 전통시장 상인들의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
일부 전통시장은 지붕 아케이드나 주차장 등 시설환경정비는 물론 상인회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되살아나고 있지만 상당수 전통시장은 비수기를 넘어 생계유지 조차 힘겨울 정도다.
몇몇 전통시장은 명맥만 유지한 채 세월만 보내는 상인들도 허다한 형편이다.
실제 지난 27일 오후 중구와 동구지역의 몇몇 시장을 둘러본 결과, 장을 보러 나온 고객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더위에 지친 상인들도 물건 흥정은 고사하고 팔 의욕 조차 떨어진 듯 보였다. 궂은 날씨 탓에 시금치나 상추, 오이 등 채소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생선류는 더위에 상할까 냉동고에서 꺼내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냉동고 조차 없는 좌판 상인들은 얼굴에 굵은 땀방울이 흐르지만 생선에만 연실 얼음을 올려가며 가까스로 버텼다.
전통시장 상인 A(여·67)씨는 “이런 날씨에 누가 전통시장에 올 엄두를 내겠느냐”며 “대형마트는 주차 등 여러 시설도 편리하고, 시원하게 장을 볼 수 있어 이제는 나이 든 단골들 조차 대형마트로 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른 상인 B(56)씨는 “대형마트 영업제한으로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최근에는 날씨 탓도 있지만 휴가철까지 겹쳐 사정이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실제 시장경영진흥원이 발표한 전통시장의 7월 업황전망 경기동향지수가 지난달보다 무려 18.7 포인트 하락한 65.3에 그쳤다.
전망지수는 설 명절과 봄 날씨에 힘입어 1월 70.7에서 4월 100.3까지 올랐지만 5월 93.8, 6월 84.0을 기록하며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여름은 매년 전망지수가 낮게 나오는 편이지만 올해는 경기침체 장기화와 궂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더욱 가속화되는 것이다.
무더위와 장마 탓에 가격이 폭등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된데다 채소류 등의 가격이 크게 올라 식탁물가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먹는 것 조차 줄인다는 소비자들의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주부 C(47)씨는 “과소비를 하는 것도 아닌데 식탁물가가 너무 올라 장보기가 두려울 정도”라며 “앞으로 태풍이라도 닥치면 가격이 더 오를텐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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