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중국 주변국들이 중국을 상국(上國)으로 섬겼으며, 그 대가로 주변국들은 어느 정도 독립을 유지하면서 자치권을 인정받았다. 이같은 역학관계를 포괄적으로 '사대관계'라고 지칭했다.
사대주의 반대말은 당연히 '자주독립'이다. 그렇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자주독립국인가. 하지만, '그렇다'라며 자신 있게 대답하기에는 부끄럽고 안타까운 부분이 여전히 남아있다.
우리는 100년 전까지는 오로지 중국 왕조에 사대했다. 중국의 뜻을 가능한 한 거스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심지어는'소중화(小中華)'란 말을 자랑스럽게 여기기까지 했을 정도다.
구한말에는 일본이 부상하자 여기저기에서 친일파들이 속출했다. 그 뒤에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세계의 절대 패자로 올라서자 미국이라면 사족(四足)을 못 쓰는 사람들이 또한 한둘이 아니었다.
미국에 대해 외교적 군사적 의존관계를 넘어서 정신적으로까지 의존하는 경향도 보이는데, 필자는 그런 사고를 하고 행동하는 자들을 '신사대주의자'라고 이름 붙이고 싶다. 그같은 사람들은 정계를 비롯해 학계, 경제계 등에 모든 분야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심지어는 군부에도 깊게 뿌리내려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미국을 우리의 절대적 보호자로 여기고 신봉하는 신사대주의와 전시작전권(이하 전작권)을 생각해 보자.
우리는 유감스럽게도 전시에 국군의 지휘를 대통령이 하지 못한다. 대신에 주한미군 사령관이 명령을 내린다. 국군의 지휘를 우리가 하지 못한다는 것은 자주 독립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2007년 참여정부 시절, 전작권을 우리 군에게 전환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다만, 그 시기를 준비를 거쳐서 5년 뒤인 지난해에 마무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준비 미흡을 이유로 지난 정부 때 2015년으로 다시 연기한 바 있다.
그런데 새 정부 들어서면서 다시 전작권 전환 시기를 연기하자는 논의가 슬슬 번지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안보 상황이 변했으며, 전작권을 가져오면 우리가 부담해야 할 군사 비용이 증가하며, 현재 미군의 정보력에 상당한 부분 의존하는데 이를 이용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필자는 앞선 이유가 그리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차 나왔던 이야기들이다. 북한의 핵 보유는 기정사실로 됐다. 그렇다고 영원히 전작권을 가지고 오지 않을 것인가. 전환 시기를 통일 이후로 못박자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작 미국은 전시 작전권을 우리더러 가지고 가라는데 우리는 가지고 올 수 없다고 버티는 희한한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전작권 전환 연기론자 가운데 태반이 군 출신들이라는 것은 더 충격적이다. 군 지휘관이라면 국군의 지휘를 당연히 내가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그 생리에 맞는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우리 군을 지휘할 능력이 되지 않으니 미군들이 우리 지휘를 해 주세요'라고 주장하는 군 장성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우리 집에 큰 다툼이 났으면 나는 아버지의 지휘를 받아야지 옆집 아저씨의 지휘를 받으면 되겠는가.
미국이 없으면 금세 대한민국이 결딴난다며 오금 저리는 자주성 없는 장성과 신 사대주의자가 자주독립과 주체성을 주기적으로 손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오는 2015년에는 전작권을 반드시 가져와야 한다.
필자는 그렇게 하더라도 우리만 정신을 차린다면 대한민국의 영토와 자주성을 튼튼히 지킬 수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는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이다. 우리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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