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취득세 영구인하 방침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거워지면서 수요자들의 거래 시기에 대한 판단만 흐려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 마련 과정을 보더라도 '선(先)공표 후(後)수정'양상이었던 만큼 수요자들은 일단 계약을 잠시 미루고 상황 변화를 주시하자는 반응이다. 정부는 지난 23일 취득세율을 영구 인하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취득세율 인하' 합동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일단 부동산업계에서는 찬성하는 분위기다.
24일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써브가 취득세 영구 인하와 관련, 전국 1063명의 중개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2.3%(981명)이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는 4.5%(48명),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3.2%(34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이들 중 96%가량은 취득세율이 2.0% 이하가 적당하다며 찬성의견에 입을 모았다.
이와 달리, 취득세 인하로 인해 지방세가 급감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각 지자체에서는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전국 시도지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의 취득세 영구인하 정책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국회입법과정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취득세 영구 인하에 대해 찬반 논란의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수요자들로서는 실제 부동산 거래를 언제 해야 할지 결정치 못해 갈팡질팡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마련할 때마다 일단 공표를 한 뒤 시장 및 여론 상황을 살핀 뒤 이에 대한 수정안을 내놓는 등 '선(先)공표 후(後)수정' 양상을 보여왔던 터여서 국민적인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아파트 거래희망자는 “지난 4·1대책과 그 후속대책을 보더라도 정부는 일단 가안을 발표한 뒤 반응을 살펴보다가 수정하는 꼴”이라며 “전국시도지사협의회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작정 밀고 나갈 수도 없지 않겠냐”며 불신을 드러냈다.
또한 일부에서는 그동안 부분적으로 부동산 거래량이 늘어난 것이 단순히 취득세율을 낮춘 게 아닌, 일정 기한을 줬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에 향후 취득세 영구인하가 거래량을 대폭 상승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은 부동산 대책에 대한 현 정부의 무능력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조세 체계에 대해 큰 틀에서 살핀 뒤 대안을 찾아야 하는 데 이번 방침은 단기적인 판단이라고 밖에 볼 수 없어 향후 국민적인 대항도 예고된다”고 강조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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