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직장에 다니는 40대 가장인 A씨. A씨는 지난 18일 오후 8시께 휴대폰 한 통을 받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공주사대부고에 다니는 아들 B군(17)이 사설 해병대캠프에 참가했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것. B군은 이번 캠프 훈련 도중 바다에 들어갔다가 높은 파도에 휩쓸리고서 가까스로 구조된 학생 가운데 1명이다.
A씨는 곧장 아들이 후송된 서산중앙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석에 누워 있는 아들은 아버지를 보고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렸고 A씨는 “살아줘서 고맙다”는 위로를 건넸다. A씨 아들은 사고 이후 대전의 모 병원으로 옮겨와 치료를 받고 있다. 아들이 아비규환 현장에서 살아줘서 고맙다는 A씨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들이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공주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은 아들이 급격하게 손과 발을 떨며 불안감에 휩싸이는 모습을 본 A씨는 가슴이 미어졌다.
A씨는 “이번 사고로 숨진 학생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아픔을 같이 한다”며 “살아남은 아이들도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황으로 이에 대한 교육 당국과 학교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B군 외에도 이번 캠프에 동행했던 공주사대부고 학생들이 심리적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사고 당시 참혹한 광경을 잊을 수 없을뿐더러 심한 경우에는 대인 기피증까지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 것이다. 이 질환은 심리적 외상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불안한 심리상태로 유사 상황에 놓이는 것을 꺼리는 회피반응이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사고와 관련된 생각이나 단어, 단서 등도 필사적으로 피하려 든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지나치게 신경질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치료를 권한다.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지욱 교수는 “심리적 외상으로 인한 고통스러운 증상이 보통은 수개월 이상 지속되며, 회복에 수년이 걸리기도 하고 평생 고통 받을 수 있어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가 절실하다”며 “발병 초기에 적절한 약물 및 인지치료, 행동치료, 또는 두 가지를 병행하는 인지행동치료 등의 단기 정신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편, 교육부는 학생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상담 및 치료를 위해 정신과 전문의, 임상심리사 등 10여 명으로 심리치료지원팀을 지원키로 했다.
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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